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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달러, 변함없는 세계 지배력…유럽 경제에 여전히 '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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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달러, 변함없는 세계 지배력…유럽 경제에 여전히 '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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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정화폐 달러화(사진=로이터)
미 연준이 6월 기준금리를 인상할지, 아니면 경기 침체에 빠질지 우려스럽게 관망하는 것은 미국인들 뿐만아니라 유럽인들, 그리고 실제로 많은 다른 나라 국민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탈세계화, 탈달러화 등 모든 논의에도 불구하고 달러화는 여전히 이 세계에서 최고의 지위를 점하고 있고, 미국과 주요 파트너 국가들 사이의 금융 및 무역 거래 관계가 여전히 강력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의 경우 훨씬 더 강하다.
28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초 한때 미 연준과 다른 길을 계획했던 유럽중앙은행은 낮은 금리를 유지할 것을 예고하다가 연준이 적극적으로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유로화가 달러 대비 급락하자 유럽중앙은행 관리들은 달러화로 거래되는 에너지 상품에서 수입 물가 급등의 공포심에 빠르게 방향을 선회하였다.

지금은 정반대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 연준 관리들은 2022년 초 이후 5% 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미국 경제를 크게 둔화시키는지 알아보기 위해 6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한 바 있다. 이는 여전히 높은 유럽의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며칠 후 유럽 상대국들의 기준금리 인상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IMF 전 수석경제학자 모리스 옵스펠드는 "달러는 세계 경제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 지난해 유럽중앙은행은 환율에 대한 깊은 우려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달러가 준비 통화 지위를 상실해 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사우디, 중국, 러시아가 달러 이외의 다른 통화를 사용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확산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 조치로 러시아의 해외 외환보유액을 동결하는 등 달러를 무기화하려는 미국측에 대한 대응이다. 지난해 2분기 공식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이 60% 미만으로 20년 전 약 72%에서 감소한 수치이다.

아직 달러는 세계적인 지배력을 거의 잃지 않고 있다.

국제결제은행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전 세계 GDP의 약 4분의 1과 세계 무역의 10%를 조금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세계 무역의 약 50%가 달러로 거래되고 있으며, 달러는 지난해 전 세계 외환거래의 거의 90%에 사용되며 지난 20년 동안 변치않는 신뢰를 받고 있다.
해외 자금 조달 시장에서 발행되는 모든 국채 및 국경간 차입의 약 50%가 달러화 표시 거래이다.

이러한 연결 관계는 몇 가지 방법으로 더 높아진 미국 기준 금리 효과가 외국 경제로 전달된다. 그 국가들은 다른 경제에서 자본을 끌어오는데 차입 비용을 높이고 달러 대비 통화 가치 하락을 유발한다. 유럽중앙은행 조사에 따르면, 미 연준의 긴축에 따른 미국 금융시장 금리 변화의 약 3분의 1이 동등한 독일 금리로 전달된다. 달러가 상승함에 따라 석유와 같은 달러 표시 상품은 외화 기준으로 더 비싸지고, 반대로 높은 금리는 미국의 성장을 둔화시키고, 결국 외국 제품에 대한 수요를 둔화시킨다.

이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미국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유럽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1년과 2019년 사이의 미 연준 긴축은 유로존의 산업 생산, 주가, 기업 대출, 인플레이션율을 감소시켰고, 미국 밖의 세계 무역에 무게를 더해 갔다. 반대로, 유럽중앙은행의 조치는 미국 경제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럽중앙은행 관리들은 미 연준의 정책 움직임을 매우 주의깊게 지켜보며 유로-달러 환율을 감시하고 있지만, 그 자체가 정책목표는 아니다고 말한다. 키프로스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파니코스 데메트리아데스 전 유럽중앙은행 관리는 "연준이 앞장서면 다른 국가들도 주저없이 따를 것"라고 말했다.

확실히 유럽중앙은행과 다른 해외 정책 입안자들은 미 연준을 단순히 따라가지는 않는다. 그저 비슷한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세계적인 공동충격을 안겨다 준 코로나 감염병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5월 초 기자회견에서 "예를 들어 달러 통화는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모든 파급효과도 고려하겠지만, 연준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는 커버할 수 있는 더 많은 근거에 의해, 멈추지 않고 나아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유럽중앙은행의 금리가 미 연준보다 약 2% 포인트 낮아 충분한 인상폭 여지가 있다고 IMF 전 수석경제학자 옵스펠드는 지적했다.

하지만 실제로 유럽중앙은행이 긴축정책을 계속 이어갈지는 미 연준이 미국을 경기 침체로 몰아넣는지에 달려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계의 구매력을 약화시킴에 따라 유럽에서는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이 보기드문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EU와 미국 간의 3월 상품 무역은 86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약 8% 증가했다고 한다. 인구통계국의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의 대중국 상품 무역은 약 25% 감소하여 3월 450억 달러로 하락했다고 전했다.

만약 미국이 앞으로 몇 달 안에 경기 침체에 빠져 미국 수입이 감소하면, 유럽의 중요한 성장 버팀목이 제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는 약세를 보일 것이며, 유럽 에너지 가격과 수입 물가를 낮출 것이다.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의 경착륙은 유럽인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지만, 잠재적으로 유럽중앙은행의 결정은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옵스펠드는 "유럽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불안불안한 상태다. 물가를 통제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이 있더라도 유럽중앙은행에 약간의 주의를 심어줄 것이다"고 말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