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이라크, '친미·친중' 양다리 외교로 경제 회생 노린다

공유
1

[초점] 이라크, '친미·친중' 양다리 외교로 경제 회생 노린다

미국과 전략기본협정 강화·중국의 석유 투자 환영 등

이라크 재건에 중국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라크 재건에 중국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라크는 새 정부 출범 이래 석유 부문을 중심으로 경제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나라는 전쟁과 테러, 부패로 인해 고통받던 석유 경제를 다시 활성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2021년 5월 6일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후 정치적 불안정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으나 여전히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 조직의 위협과 경제난을 겪고 있다. 이라크의 경제 규모는 2022년 기준으로 GDP가 2,078억 달러, 세계에서 51위를 기록했다. 이라크의 주요 수출품은 석유, 석유제품, 곡물, 과일이고 주요 수입품은 기계, 운송 장비, 화학제품, 식품이다.

이라크의 정치적 불안정은 2003년 미국의 침공 이후 시작되었다. 미국의 침공으로 이라크의 독재자였던 사담 후세인은 축출되었지만, 그 이후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 조직의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다. 또한, 전쟁으로 인해 이라크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고, 사람들이 실업 상태에 빠져 있다.

◇이라크의 석유 경제 재건과 국제외교 확대


지난 10월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라크는 석유 생산 능력 증대, 국내 가스 공급 개발, 정유소 수리 및 확장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수다니 총리는 의료 서비스 및 교육시설 개선, 전력 증가, 일자리 확대 등 많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야심찬 의제를 제시했다. 의제의 맨 위는 석유 산업이다. 석유로 번 돈을 타 분야로 확대하는 전략이다.

이라크 경제는 석유 부문이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석유는 수출의 99% 이상, 정부 예산의 85%, GDP의 42% 이상을 차지했다. 높은 유가와 지난해 석유 수입 1,150억 달러를 초과한 수출량 증가 덕분에 코로나 이후 강력한 경제적 반등을 기록했다.

역대 이라크 정부는 석유 생산과 수출 능력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또한, 외국인 투자를 장려하고 국제 기업과 지역 민간 부문을 위한 새로운 지평을 여는 방향으로 정부 전략을 수정했다. 전임자들과 달리 현 정부는 2월에 11개 석유 및 가스 블록 중 6개 계약을 체결하며 빠른 출발을 했다. 이외 이라크 연방정부와 쿠르디스탄 지방정부(KRG) 사이에 파이프라인을 통한 석유 수출 및 수익 관리에 합의했다.

또한, 이라크를 떠나려고 했던 프랑스 토탈 에너지와 남부에서 25년 동안 석유, 가스 및 전력 생산을 확충하는 오랫동안 지연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가스 성장 통합 프로젝트(GGIP) 계약을 추진했다. 이 사업을 위해 카타르에너지와 사우디 기업 Acwa 파워도 GGIP 참가자로 초대, 이라크에 최초의 걸프협력위원회(Gulf Cooperation Council) 투자 유치를 실현하려고 한다.

국제 관계 개선에도 노력 중이다. 현 정부는 이라크에 무기한 미군 주둔을 지지한다. 지난 1월에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파리와 베를린을 방문해 에너지 부문에 투자 유치를 모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서방 제재를 위반하지 않고 러시아 에너지 회사와 관계를 유지할 방법을 모색했다. 주변국과 마찬가지로 이라크는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미국과 전략기본협정(SFA)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이어 중국 투자를 환영했고 석유 거래를 활성화했다.

◇중국의 진출과 그 영향력 확대

석유 무역은 양국 관계의 중심축이며 중국은 이라크 석유 수출의 약 30%를 구매한다. 중국은 세 번째로 큰 공급원인 이라크로부터의 석유 구매를 2022년에 전년 대비 거의 50% 늘렸다. 이는 전반적 무역 급증의 일부이다.

중국과 이라크의 에너지 관계는 원유 무역을 훨씬 뛰어넘는다. 중국의 주요 국영 에너지 기업은 이라크의 상류, 중류 및 하류 시장에서 강력한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일대일로 투자가 전반적으로 줄었음에도 이라크 일대일로 투자는 주로 에너지 및 운송 인프라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라크의 에너지 부문에서 중국 입지가 커지는 것은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중국 국영 기업들은 서방이 투자를 주저하고 있을 때 이라크에서 자산 매입 기조를 유지했다. 이 기간에 이라크 경제의 상당 부분을 중국이 차지했다.

아델 압둘-마흐디 전 총리는 서구의 영향력을 떨쳐버리기 위해 동쪽을 바라볼 것을 주장했고 중국을 '개발도상국 국민'의 챔피언으로 묘사했다. 압둘-마흐디는 2019년 중반에 중국과 '부흥을 위한 석유' 협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협정 조건이 국가의 유산을 담보로 삼고 부패와 낭비를 더욱 부추길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마흐디의 후임인 카디미 총리(2020년 5월~2022년 10월)는 이라크의 에너지 부문 파트너를 다양화하려고 했다.

카디미 임기 동안 석유 산업에 대한 중국 통제 강화가 서방 기업의 탈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비판에 따라 중국의 새로운 투자 제안을 여러 번 거절했다.

하지만 중국의 에너지 기업인 중국석유공사(CNPC),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 중국석유화학공사(Sinopec의 모회사)는 수년 동안 그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라크에 중국을 대체할 다른 해외 투자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CNPC는 현재 이라크 유전의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이라크 석유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CNPC와 다른 중국 기업이 운영 또는 비운영 파트너인 유전에서 나온다.

2022년 말, 이라크 석유 탐사 회사는 CNOOC와 계약을 체결해 2019년에 합의된 바스라 연안 석유 광구를 탐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CNPC의 상장 계열사인 중국 석유천연가스공사는 이라크의 초대형 ‘West Qurna 1’ 유전의 단독 운영사를 인수하려고 한다.

이라크의 에너지 부문에서 중국 비중은 시추, 공급 및 건설 표면 설치, 파이프라인 및 현장 관리와 같은 수많은 서비스 회사도 포함된다.

이처럼 중국은 에너지 부문에 활동을 강화했다. 2007년에서 2022년 사이에 중국 기업이 이라크에서 수주한 41건의 건설 계약 중 24건이 에너지 프로젝트였다. 15건은 CNPC가 맡았다. 2021년에 이라크는 BRI 에너지 투자 프로젝트에서 최고의 수혜자였다.

중국 기업들은 이라크의 다운스트림 및 전력 부문에서도 입지를 다졌다.

이라크 석유부(MoO)는 최근 정유소를 개발하기 위해 중국 컨소시엄과 국영 중국 국영 화학 엔지니어와 새로운 통합 정유 및 석유화학 단지를 건설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말에 바스라에서 발전소와 담수화 플랜트를 개발하는 기본 계약에 서명한 상하이 일렉트릭 그룹은 올해 4월에 디얄라 주에 있는 알 만수리야 발전소의 생산량을 확장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


중국 기업들은 이라크 전역에서 다양한 에너지 관련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어 이라크의 증설 노력에 참여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된 것처럼 중국 전략이 이라크 경제의 지배자가 되는 것이라면 이라크의 어려운 정치 환경을 고려할 때 달성이 어려울 것이다.

중국의 광범위한 이라크 경제활동은 반외세 움직임과 테러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이라크의 불안한 정국과 테러의 존재로 중국 기업과 인력은 표적이 되어 갈취당했다.

높은 실업률, 만연한 부패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좌절이 중국 투자에 대한 대중의 불안과 합쳐져 지난해 디카르와 메이산 주에서 대중 분노가 시위로 이어졌다.

이에 중국은 반감을 해소하기 위해 긴밀한 경제 관계를 옹호하는 ‘실크로드 대중 운동’이라고 불리우는 풀뿌리 이라크 캠페인을 지원하며, 테러 위협에 노출되지 않도록 이라크에서 중국의 경제활동을 보호하는 이란 동맹 민병대지원도 받고 있다.

이라크의 장기 경제 전망은 다각화 부족, 제한된 투자, 빈약한 민간 부문 등으로 인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이 자국 이익에 치중할 경우 이라크에서 중국은 반외세 감정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