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림 하비브 기아차 디자인센터장, 美 자동차 전문매체와 인터뷰서 ‘전기차발 SUV 디자인 혁명’ 예고

“포스트 SUV 시대가 오고 있다.”
전 세계적인 시선을 집중시키며 전기차 시장에 화려하게 출시된 ‘기아 EV9’의 디자인을 총지휘한 카림 하비브 기아자동차 디자인센터장이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카와 최근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 내놓은 전망이다.
하비브 센터장에 따르면 포스트 SUV란 종래의 SUV와 전혀 개념을 달리하는 차세대 SUV를 일컫는다. 기아차의 비전도 포스트 SUV 시대를 선도하는 데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포스트 SUV는 전기차발 디자인 혁명을 통해 구현되리라는 것이 그의 예상이다.
◇하비브 센터장 “MPV→SUV→포스트 SUV 순으로 진화할 것”
하비브 센터장은 오토카와 한 인터뷰에서 기아의 디자인 철학이 포스트 SUV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강조했다.
그가 이 자리에서 강조한 철학은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을 뜻하는 브랜드 디자인 철학인 ‘Opposites United(오퍼짓 유나이티드)’다.
이 디자인 철학은 기아차가 지난 2021년 기아차 최초의 전용 전기차 EV6를 공개하면서 반영했다는 철학으로 ‘자연과 조화되는 대담함’을 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연에서부터 축적된 변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이 주는 에너지를 디자인에 담아내는 것, 기계적인 요소가 자연적 요소와 만나 중화되고 어우러지는 과정을 통해 섬세하고 미려한 라인과 면을 만들어내고 다양한 구성, 형태, 비율 등을 내∙외장 디자인에 새롭게 투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디자인 철학의 핵심이다.
기아차가 SUV 라인업을 구성하는 스포티지, 쏘렌토, EV6를 거치면서 구체화한 디자인 전략으로 최신형 제품인 EV9에도 물론 적용됐다.
하비브는 “기아차가 지금까지 선보인 SUV 가운데 EV9이 가장 극적으로 오퍼짓 유나이티드 철학을 반영한 제품이고 상당한 판매량이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EV9 이후에 포스트 SUV 시대가 다가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SUV라는 차종이 SUV 시대가 열리기 전에 흔히 사용됐던 MPV(다목적 차량)란 차종에서 진화한 결과물이었듯이, 소비자들이 MPV 이상의 제품을 희망하면서 SUV가 등장한 것처럼 현재의 SUV에서 진화한 포스트 SUV 시대가 앞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의 예측이다.
하비브는 레바논에서 태어나 캐나다로 이주한 자동차 디자이너로 독일의 고급차 브랜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닛산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지난 2019년부터 기아차에서 디자인센터장 겸 수석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하비브 “전기차가 포스트 SUV 시대 앞당길 것”

하비브는 전기차가 포스트 SUV 시대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 이유로 내연기관 차에 비해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이 훨씬 적기 때문에 전기차가 디자인적으로 매우 유리하다는 점,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여력이 내연 차에 비해 훨씬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기 SUV가 새로운 차원의 디자인이 적용된 포스트 SUV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하비브는 “예컨대 전기 SUV에는 내연 차와 다르게 변속기가 지나가는 공간 자체가 없고, 엔진이 들어가는 엔진룸도 없기 때문에 운전자와 승객이 타는 내부 공간이 내연 차에 비해 더 넓어 디자인적으로 크게 유리하다”고 밝혔다.
그는 내연 차에 비해 크게 넓어진 내부 공간을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비브는 “우리는 기술 혁신을 이루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별로 소용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면서 “SUV 제조 업계의 경우도 최첨단 기술을 얼마나 디자인적으로 드러내느냐에 따라 향후 시장에서 살아남느냐, 도태되느냐가 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