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미국, 인공지능 칩에 중국 규제 강화…엔비디아, 시장 점유율 위협받나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미국, 인공지능 칩에 중국 규제 강화…엔비디아, 시장 점유율 위협받나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
미국이 중국에 대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에 새로운 규제를 가할 예정이다. 중국이 군사용으로 AI를 개발하는 데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에 미국의 AI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Nvidia)는 중국 시장에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7월초부터 엔비디아 등 미국의 AI 반도체 업체들이 라이선스(정부 허가) 없이 중국 등 우려 국가에 AI 반도체를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제한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대중 수출 통제 조치를 명문화하고 확대하는 최종안의 일환이다.

추가 제재가 진행되면 지난해 상무부의 첨단 반도체 등에 대한 수출통제 이후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내놓은 저사양 AI 반도체의 대중 수출도 사전 승인 없이는 불가능해질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한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우회책으로 중국 기업들이 이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임대도 차단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미국의 수출 통제가 시작되자 엔비디아는 미 상무부가 정한 성능 제한 규정에 미달하는 반도체 ‘A800’을 중국 시장용으로 제조했다. 기존에 데이터센터에서 널리 쓰이던 첨단 반도체 ‘A100’의 사양을 낮춘 것인데 중국 업체들은 이후 이를 대거 사들였다. 엔비디아의 A800 칩은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인데도 중국 수요가 많아 기존 제품(A100, A800) 대비 2~2.5배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미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미국 산업에 영구적인 기회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했다. 기업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의 수익은 지난해 기업 수익의 22%를 차지한다. 미 정부의 칩 수출 규제 발표 후 기업의 주가는 3.2%나 폭락했다.

미국 정부가 AI 반도체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중국이 군사용으로 AI를 개발하는 데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는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방중 일정이 완료된 후 발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콜린 코레스는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데이터센터 GPU 판매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수익의 약 20~25%를 차지하며 장기적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 금지는 기회 손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코레스는 "우리는 중국 시장에서 많은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며, 우리의 고객들은 우리의 제품을 매우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그러나 데이터센터 GPU의 중국 판매를 금지하는 규제가 시행되면 장기적으로는 미국 업계가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경쟁하고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영구적으로 잃게 될 것이며, 향후 비즈니스 및 재무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미국의 '디리스킹' 비판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규제하려고 시도하는 가운데, 중국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조치가 양국 간의 다른 문제를 논의하지 못하게 만드는 존중 부족의 예라고 비판했다. 또한, 중국은 자체적인 AI 반도체 개발을 가속화하려고 한다.

류펑위(劉鵬宇)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수요일 브리핑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을 미국과 중국이 다른 문제를 논의하지 못하게 만든 존중 부족의 예로 들었다.

그는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절단하려는 시도를 비난하고, 양국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촉구했다.

리창 중국 총리는 지난 27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하계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다보스포럼) 개막 기조연설에서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새롭게 제기한 ‘디리스킹’을 비판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복잡하고 다양한 상호 의존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어떤 국가나 지역도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다른 국가나 지역을 고립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의 칩 무역 전쟁


미국과 중국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국가로서 경쟁과 협력을 병행하고 있다. 양국은 AI 기술의 발전과 활용을 위해 공동 연구와 교류를 진행하고 있지만, 동시에 군사와 보안 등에서 AI 기술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각자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군사 현대화와 인권 유린을 위한 첨단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중국 칩 수출에 무역 제한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많은 기업과 관할 구역이 이 규제에 휘말렸고, 미국 정부는 자국 내 마이크로칩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제조 인센티브에 520억 달러(약 62조 원)를 배정했다.

중국은 무역 제한 조치에 맞서 자국 내 칩 제조를 강화하기 위해 1,430억 달러(약 170조 원)를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첨단 칩 기술을 군사적으로 활용하거나 세계 경제에서 불공정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반도체 산업이 세계 경제와 국가 안보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반도체, 또는 칩은 스마트폰과 컴퓨터부터 자동차와 군사 장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서 필수적인 구성 요소이다. 이러한 제품들의 수요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칩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칩 무역 전쟁은 양국이 국익을 보호하고 이 중요한 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번 무역 전쟁은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특히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수출 제한이 그들의 매출과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AI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 대만과 한국 기업에 부여된 일반 라이선스의 연장이 포함될지는 분명하지 않다.

대만반도체제조(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규제를 1년 유예하고 백악관에 최소 1년 더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기업은 중국으로의 수출이 매출과 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 미국 정부의 수출 제한이 연장되고 이들 기업이 일반 라이선스의 연장을 받지 못한다면 그들의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만과 한국 기업에 부여된 일반 라이선스의 연장은 이들 기업이 미국 정부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 특정 제품을 계속 수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연장이 승인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이러한 무역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자신들의 기술력과 혁신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시장과 고객을 확보하고, 국제적인 협력을 촉진해야 할 것이다.


홍정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