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억 유로 역대급 수주잔고에도 주가 11.5% 급락…차기 잠수함 결정 앞두고 대형 악재
대전차 거물 KNDS 상장 충격파에 자본 잠식…‘조선소 인수’ 불확실성에 투자자 이탈
대전차 거물 KNDS 상장 충격파에 자본 잠식…‘조선소 인수’ 불확실성에 투자자 이탈
이미지 확대보기12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CPSP)에서 대한민국 한화오션과 막판 생사의 결투를 벌이고 있는 독일 방산의 자존심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9년 치 일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수주잔고를 기록하고도 주가가 연일 폭락하는 기이한 ‘방산 역설’에 직면했다.
캐나다 카니(Carney) 내각의 최종 낙점 데드라인인 6월 말일이 수주 시장의 시한폭탄으로 작동하는 가운데, 독일 시장 내부에서 터진 메가톤급 자본 이동과 구조조정 노이즈가 TKMS의 발목을 잡으며 K-방산과의 수주 저울추가 급격히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독일 증권 전문 매체 ‘IT 볼트와이즈(IT Boltwise)’ 및 프랑크푸르트 증시(Xetra) 분석에 따르면, TKMS는 최근 2026년 상반기 실적 발표를 통해 206억 유로(약 36조 원)라는 역사적인 수주잔고(Auftragsbestand)를 기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향후 9년 이상의 매출 가시성을 완벽히 보장하는 수치다. 동시에 재무총괄(CFO)은 조정 EBIT(EVP) 마진율을 최소 7%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반응은 냉혹했다. 독보적인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TKMS의 주가는 최근 7거래일간 무려 11.5% 급락하며 주당 75.60유로로 주저앉았다. 12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최종 결정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주주 가치와 시장 신뢰도가 동시에 붕괴하는 정무적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전차 거인’ KNDS 상장에 돈줄 마른 독 해군…방산 섹터 자본 대이동의 부작용
글로벌 금융 시장과 방산 전문가들이 정밀 팩트 체크한 주가 폭락의 제1원인은 역설적이게도 지상 방산 거물의 등판이다. 오는 6월 말 예정된 유럽 최대의 탱크·장갑차 제조사인 KNDS의 기업공개(IPO·Börsengang)가 방산 시장의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 투자자들을 포함한 거대 자본은 한정된 방산 투자 포트폴리오(Sektorexposure) 내에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고 건조 주기가 긴 해군 함정 섹터인 TKMS의 비중을 줄이고 유동성이 높고 우크라이나전 수혜를 직격으로 받는 KNDS의 신주를 청약하기 위해 대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TKMS 자체의 잠수함 건조 능력이나 프로젝트 퀄리티의 결함이라기보다, 시장의 리스크 분산 및 자본 재배치 팩트에 따른 금융 구조적 악재로 풀이된다.
‘키엘 조선소 인수 포커’의 늪과 가동률 저하 공포…투자자들의 경고음
두 번째 암초는 독일 현지 장갑 벽 및 선체 건조 역량 확대를 위해 추진 중인 ‘저먼 네이벌 야드 키엘(German Naval Yards Kiel)’ 인수 포커(Übernahmpoker)의 장기화다.
TKMS는 지난 1월 해당 조선소 인수를 위한 구속력 없는 제안서(LOI)를 제출했으나, 현 소유주와의 지분 및 정무적 타협이 현재까지 표류하고 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캐나다에 제안한 212CD형 잠수함 12척과 차세대 호위함 물량을 적기에 소화하려면 키엘 조선소의 독(Dock) 인프라가 반드시 통합되어야 하는데, 이 M&A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실전 가동률 저하와 납기 지연 리스크 프리미엄이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기술적 지표인 상대강도지수(RSI)가 41.7까지 떨어지며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고, 50일 이동평균선인 81.36유로가 거대한 저항선(Widerstand)으로 작용해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6월 24일 연방의회 ‘F127 예산안 심사’ 운명의 날…한화오션 격차 벌릴 골든타임
벼랑 끝에 몰린 TKMS의 운명을 가를 최종 분수령은 오는 6월 24일로 확정됐다. 이날 독일 연방의회(Bundestag) 예산소위원회는 수십조 원 규모의 차세대 초고속 차기 방공 호위함 ‘F127 프로그램’의 예산 집행 법안을 상정해 난상토론을 벌인다.
만약 이 법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하면 TKMS의 자회사 아틀라스 일렉트로닉(Atlas Elektronik)의 첨단 데이터 융합 소나 및 가스터빈 시스템 레이아웃 물량이 대거 확보되면서 마진율 7% 달성에 청신호가 켜지고 주가 역시 극적인 V자 반등을 이룰 수 있다. 반면, 만약 예산 승인이 부결되거나 연기될 경우 TKMS는 자본 잠식과 인프라 투자 정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하게 된다.
방산 학계 전문가들은 독일 방산의 이 같은 구조적 취약성과 마진 가뭄, 자본시장 노이즈가 캐나다 내각의 CPSP 최종 심사에 결정적인 정무적 팩트로 작용할 것이라 웅변한다. 1만 4000km를 달려와 밴쿠버 앞바다에서 가동률 100%를 입증한 ‘도산안창호함’의 한화오션이 정시 인도력과 탄탄한 재무 신뢰성을 무기로 스승 독일을 꺾고 120조 원 규모의 거대 대양해군 지휘권을 거머쥘 수 있을지, 전 세계 방산 시장의 이목이 6월의 마지막 침묵 속으로 집중되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