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 새로운 무기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가진 힘을 총동원해 가장 중요한 첨단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으려 들었다.
강력한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이 자신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변하고 있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최신 버전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 자본의 세계화를 추진해 양국은 물론 전 세계에 큰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는 소비자 물가의 하락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미·중 대립이 심화되어 효율성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세계화를 정당화할 수 없게 됐다.
◇ 공급망 복원력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은 중국의 부상에 촘촘히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중국의 군사력을 강화할 수 있는 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안보를 지키려 든다.
중국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분야에 대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다양한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 심사를 강화하고, 중국 수출에 대한 제한을 도입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처 방식은 좀 더 세련됐다. 중국 괴롭히기의 강도는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를 능가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7월 인도의 수도 뉴델리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를 방문해 우호국들과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 쇼어링' 협력을 촉구했다. 그녀는 현지 사업주들에게 중국과 거리를 두는 것이 현명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은 비용 증가를 감수하고서라도 보다 확실히 중국을 눌러두려고 한다. 상대의 급소를 찌르는 무기는 최첨단 기술의 중국 유입을 막는 것이다.
미국의 정책은 효과적일까. 유감스럽게도 상대를 쓰러뜨리려는 미국의 주먹은 허공을 가르고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이다. 미국의 새 공급망 정책은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하지만 좀 더 세밀한 관찰자라면 미국이 여전히 핵심 원자재 공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새로운 정책의 취지와는 달리 미국 동맹국들이 중국과 거리를 두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얼핏 보기에 미국의 대중국 경제정책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직접적인 경제 관계가 축소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18년 중국은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물품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22년에는 절반 이상으로 떨어졌다.
그 이유는 미국이 인도, 멕시코 및 동남아시아 국가로부터의 수입을 늘렸기 때문이다.
투자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2016년 미국에 480억 달러(약 64조 2200억 원)를 투자했지만, 6년 후 31억 달러로 급감했다. 지난 3월 주중 미국상공회의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중국이 투자하기 좋은 상위 3개국에 속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아시아에서 신규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2022년에는 인도와 베트남이 중국을 넘어섰다.
◇ 흔들리지 않는 중국의 제조업
데이터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면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이외의 다른 제조업 국가들도 원자재와 중간재에 대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중국에 더 의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으로의 수출이 확대되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그 결과 중국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미국의 정책으로 혜택을 입은 멕시코는 지난 5년 동안 중국에서 수입되는 자동차 부품의 양을 두 배로 늘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을 가장 견제하는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도 중국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가 미국 시장 진출에 가장 성공적이다.
공급망이 아무리 복잡해져도 제조 부문에서 공급 업체로서의 중국의 지배력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가장 심각한 예는 단순히 중국 제품을 재포장하여 제3국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이다. 2022년 말 미국 상무부는 동남아시아에 기반을 둔 4개의 주요 태양광 패널 공급업체가 중국에서 제조되어야 하는 제품을 수정함으로써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효과적으로 우회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많은 경우 거래에서 사기는 거의 없다. 자유 시장은 단순히 규제에 대응하고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소비자에게 제품을 제공하는 방법을 찾고 있을 뿐이다. 많은 경우 중국은 풍부한 노동력과 효율적인 물류 네트워크로 인해 가장 저렴한 공급업체로 남아 있다.
결국 미국이 부과한 일련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미·중 갈등의 대부분은 허울 좋은 겉보기일 뿐이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더 나쁜 것은 중국에 대한 통제력 강화가 대신 다른 수출국과 중국의 경제적 유대를 더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결과로 볼 때 미중 갈등은 결국 미국에도 손해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