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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프리고진 반란에 놀란 푸틴, ‘제2의 역모’ 차단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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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프리고진 반란에 놀란 푸틴, ‘제2의 역모’ 차단 나섰다

러 영자일간 모스크바타임스 “정권 위협 느낀 푸틴, 제2의 반란 기도 단속 나서”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 소속의 용병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 소속의 용병들. 사진=로이터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진 사건이 국제적인 관심사로 부상했다.

군사 반란을 기도한 지 두 달 만에 프리고진이 사망한 것은 단순한 비행기 사고가 아니라 사고로 위장한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암살이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크렘린궁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으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암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프리고진의 전용기가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된 게 아니라 기내에 설치된 폭탄 폭발에 의해 추락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푸틴의 지시로 프리고진이 암살됐다는 주장까지는 아니지만 암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초기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프리고진의 사망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크렘린궁이 ‘제2의 프리고진’을 막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는 주장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푸틴 정권에 대한 또 다른 반란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원천 봉쇄하기 위해 공안당국을 은밀히 동원하고 나섰다는 얘기다. 주된 대상은 바그너그룹 소속 용병들인 것으로 보인다.

◇심상치 않은 바그너그룹 용병들의 움직임

이같은 의혹을 제기한 곳은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푸틴 정권에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를 써온 러시아 영자 일간 모스크바타임스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지난달 28일 낸 단독기사에서 크렘린궁의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을 비롯한 공안당국이 프리고진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하는 것을 미리 막기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들 소식통에 따르면 20년 넘게 장기 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프리고진이 탱크를 앞세워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반란 사태를 겪으면서 비록 하루 만에 진압하는 데 성공했으나 유사한 반란이 벌어져 정권이 또다시 위협받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반란 모의 세력을 색출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

특히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사고로 최근 숨진 것을 놓고 바그너그룹에 속한 용병들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모스크바타임스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국제분쟁 분석 전문기관인 국제위기기구(ICG)의 올레그 이그나토프 러시아 전문 분석가는 모스크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바그너그룹 소속 용병들 가운데 상당수는 프리고진이 사고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암살을 당했다고 믿고 있다”면서 “러시아 정부도 이들의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나티아 세스큐리아 연구원도 같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제2의 프리고진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크렘린궁이 바그너그룹 소속 용병들에 대해 헌법수호를 맹세하도록 요구하는 등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뉴스위크 “러시아군 장성들이 반란 시도할 가능성”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바그너그룹 용병들보다 러시아 정규군에서 푸틴 정권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정학 전문가인 니콜라 미코빅은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제2의 반란이 일어난다면 바그너그룹 소속 용병들보다는 러시아 정규군에서 시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러시아군 지휘부를 구성하는 장성들 사이에서 푸틴 대통령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 연방군 총참모장(합참의장)을 지난달 경질한 것으로 알려진 것을 놓고 불만이 팽배하다는 점을 들었다.

게라시모프 전 총참모장은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일으키면서 경질을 요구했던 인물이다.

미코빅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계속 밀리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푸틴의 지도력에 의문을 가진 일부 장성들이 들고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