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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유로존 맹주 독일서 ‘영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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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유로존 맹주 독일서 ‘영어’ 뜬다

연정 참여 친기업 자유민주당(FDP), 공공부문서 영어 ‘제2외국어’ 지정 추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 2월 18일(현지시간) 뮌헨에서 열린 국제행사에 참석하던 중 미국 뉴스전문채널 CNN과 영어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 2월 18일(현지시간) 뮌헨에서 열린 국제행사에 참석하던 중 미국 뉴스전문채널 CNN과 영어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유로존 최대 경제 대국 독일에서 독일어 외에 영어 사용이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독일이 정부 차원에서 우수한 외국 인재를 유치하는 방안에 최근 팔을 걷어붙인 가운데 독일 신호등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을 중심으로 영어 사용을 확대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숄츠 총리, 메르켈 전 총리와 다른 영어 행보

DW에 따르면 독일 정치 지도자들 사이에서 이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변화의 조짐은 독일 총리실에서부터 감지됐다. 올라프 숄츠가 지난 2월 미국 뉴스전문채널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영어로 답변을 하면서부터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동독 출신으로 독일 역사상 처음으로 연방 총리직에 올라 지난 2005년부터 2021년까지 재임하면서 독일을 유로존 맹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앙겔라 메르켈이 영어권 언론사와 인터뷰를 포함해 공식석상에서 일절 영어를 쓰지 않은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숄츠 총리뿐 아니다.

외교 사령탑인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부 장관은 물론이고 아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부 장관이나 크리스티안 린트너 재무부 장관도 외국 언론과 인터뷰를 비롯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종종 영어를 쓰는 모습을 보이면서 영어권 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

◇연정 참여하는 친기업 성향 FDP, 영어 ‘제2외국어’ 지정 추진

DW에 따르면 이미 이같은 변화가 일고 있는 가운데 친기업 성향의 정당으로 독일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FDP가 공직사회를 시작으로 영어 사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어를 독일 공직사회의 제2외국어로 공식 지정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FDP의 제안대로 영어가 제2외국어로 지정되면 행정기관을 비롯한 독일 공공기관에서 외국인이 서류를 제출할 때 영어로 작성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현재는 반드시 독일어로 번역한 문서나 서류를 제출하는 것이 의무적이다.

연정 내에서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연방의회도 통과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어 이같은 방안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볼 일이지만 독일어 능력이 충분하지 않아도 외국인이 독일에서 취업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내용의 국적법 개정안을 독일 정부가 지난달 의결하는데 FDP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향후 구체화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는 지적이다.

FDP는 “제2외국어로 영어가 지정되면 공공부문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영어 사용자를 적극 고용하는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먼저 영어 사용을 확대한 뒤 민간 부문으로 확대하자는 것.

◇독일의 영어 교육 시스템

DW에 따르면 독일 학교에서는 초등학교 단계부터 영어 교육이 지난 2005년부터 이뤄지고 있다. 고등교육기관의 경우 전체적으로 10% 정도의 이수 과목이 대학원을 중심으로 영어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독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에 본부를 둔 해외거주자 커뮤니티 인터네이션스가 올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은 외국인 거주자들이 살기에 매우 불편한 나라로 간주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독일은 외국인 거주자의 비율이 상당한 국가에 속하지만 인터네이션스 조사에서는 독일의 경제중심지 프랑크푸르트가 외국인 거주자들이 살기 나쁜 도시 가운데 한 곳으로 꼽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