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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북 밀월에 속 끓는 중국…향후 행보도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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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북 밀월에 속 끓는 중국…향후 행보도 ‘진퇴양난’

2019년 열린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이미지 확대보기
2019년 열린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 무기 거래와 군사적 협력 방안이 꽤 상세하게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작 양국과 여러모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중국은 조용하다. 중국 외교부의 정례 브리핑에서도 “북·러 사이의 일”이라고 선을 그으며 관망하는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북-러 양국의 밀월에 불만이 많지만 참고 있을 뿐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또 러시아와 북한이 이 정도로 막 나갈 줄을 중국에서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북한의 ‘형님’ 자처해온 중국, 러시아에 주도권 뺏기나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북한의 ‘형제국’을 자처하며 끈끈한 동맹관계를 이어왔다. 한국전쟁 당시 200만 명이 넘는 인민군을 파병해 전세를 뒤집었고, 지금까지 이를 ‘항미원조 전쟁’이라며 자찬하고 있다.

1990년대 한국과 러시아가 급속히 가까워져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소원해졌을 때는 물론, 근래 들어 북한이 핵무기를 앞세워 주변국을 위협하고 있어도 늘 북한의 편을 들어줬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탄도미사일, 핵잠수함, 군사위성 등 고급 무기 기술을 제시하며 단번에 북한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모양새다. 북한 역시 항상 자신들을 억누르고 통제하려던 중국보다, ‘정말로 원하는 것’을 줄 가능성이 높은 러시아가 더욱 끌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북한이 러시아의 첨단 기술과 무기를 손에 넣으면 앞으로 중국의 의도대로만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지금껏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중국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일이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13일 한미연구소(ICAS)가 개최한 온라인 대담 행사에서 “푸틴이 인공위성 기술 분야에서 (북한에)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한 내용은 엄청난 우려 사항”이라며 “이것이 첨단 기술의 이전이라면 중국에도 우려되는 사안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물론 중국은 러시아와 상당히 중요한 양자 관계를 맺고 있지만, 중국은 아마도 그런 종류의 협력을 원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국, 타개책 찾기에 고심


중국은 현재 진퇴양난의 위기다. 러-우크라 전쟁의 중재자를 자처하는 중국이 러시아와 북한의 행보를 지지하고 동참하면 미국과 서방 세력의 분노를 살 수 있다. 침체한 자국 경제를 살리는 데 안간힘을 쓰는 중국이 지금 이상으로 미국과 대립하는 것은 최악의 한 수다.

그렇다고 묵묵히 관망만 하거나 공개적으로 반대하면 오히려 최대 우방국인 러시아와 북한의 불만을 살 수 있다. 러시아와 북한 입장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중국의 행보가 답답할 수 있다.

통일연구원의 현승수 연구위원은 14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북-러가 특별히 군사 분야를 중심으로 밀착을 강조하고 있는 데에는 중국을 향한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며 “푸틴과 김정은은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북·중·러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논리로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일단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다음 주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장관급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 지 불과 1주일 만이다.

왕이 부장은 다음 달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는 한편, 이번 북-러 협력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중국의 행보가 결정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북-러 회담이 오히려 중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중국에 집중된 미국과 서방의 견제를 러시아와 북한으로 분산시킴으로써 내수 경기 회복과 반격에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북-러 협력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더욱 길어질 전망인 만큼, 양측 모두와 대화할 수 있는 ‘중재자’로서 중국의 입장이 더욱 확고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