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강력한 반도체 제재 속에서도 반도체 자립을 추진 중인 중국이 7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급 고급 반도체의 개발과 제조를 위한 새로운 노광장비 개발에 나선다.
25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미국이 진행하고 있는 반도체 노광장비 수출 통제를 피하고자 입자가속기 기술을 이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노광장비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칭화대 탕촨샹 교수 연구팀은 극자외선(EUV)과 심자외선(DUV)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기존 노광장비와 달리, 입자가속기를 이용해 EUV 노광장비보다 저렴하면서 훨씬 강한 출력을 제공하는 새로운 광원을 만들어 내는 SSMB(Steady-State MicroBunching) 프로젝트를 진행해 성과를 거두었다.
중국은 이를 이용해 둘레 100∼150m에 달하는 거대한 입자가속기 한 대를 여러 대의 노광장비가 둘러싸는 형태의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연구진은 베이징 서남쪽 슝안신구에 들어설 예정인 거대한 노광장비 공장에서 입자가속기의 전자빔이 고품질 광원으로 전환되어 반도체 제조와 과학 연구에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를 이끈 탕촨샹 교수는 칭화대 홈페이지에 게재된 보고서를 통해 “우리 연구의 잠재적 응용 분야 중 하나는 미래 EUV 노광장비를 위한 광원”이라며 “독자적 EUV 노광장비 개발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SSMB 기반 EUV 광원은 우리에게 제재 기술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CMP는 SSMB 프로젝트가 지난 2017년부터 연구가 진행됐지만, 최근 화웨이가 자체적으로 7나노급 최신 칩을 개발 및 생산하고, 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다시금 관심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SCMP는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저비용으로 고급 반도체 양산을 가능케 함은 물론, 중국이 2나노급 이하 초미세 공정 반도체도 자력으로 개발·제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 7나노미터 이하급 고급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EUV 노광장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네덜란드 ASML만 제조한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에 네덜란드가 동참하면서 ASML은 지난 2019년부터 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