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위크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군사 동맹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경우 러시아가 침공 이전 우크라이나 국경을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의 주요 명분 중 하나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번 조건 제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진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나토 가입 포기라는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전쟁을 장기화하는 것보다 휴전과 협상을 통해 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9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인정하지 않는 한 나토 가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크림반도 문제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협상의 주요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번 조건 제시를 바탕으로 협상을 시작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번 조건 제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낮추고, 전쟁의 종식을 위한 여건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 분석
조지 메이슨 대학의 샤르 정책 및 정부 교수인 마크 N. 카츠 교수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1990년 국가 주권 선언은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군사 블록에 참여하지 않는 영구적 중립 국가임을 선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라브로프의 성명은 만약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한다면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의 1990년 국경을 인정할 것임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코넬 대학의 역사학 부교수이자 대학 교육 및 학습 책임자인 데이비드 실비 교수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라브로프의 발언과 그것이 크림반도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호하고 그 자체로 흥미롭다"고 말했다.
실비 교수는 “라브로프가 구별을 명확하게 하는 것은 쉬웠을 것이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푸틴의 허가 없이는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이것이 크림반도에 대한 의문을 즉시 제기할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대응 및 전망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 가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또한 크림반도 문제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든다.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러시아의 합병을 부정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시작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번 조건 제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낮추고, 전쟁의 종식을 위한 여건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