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고금리 장기화로 고수익 누리는 은행들, 리스크도 대비해야

공유
0

고금리 장기화로 고수익 누리는 은행들, 리스크도 대비해야

2022년 10월 17일 미국 뉴욕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전문 트레이더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10월 17일 미국 뉴욕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전문 트레이더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맥킨지는 은행들이 금리 인상으로 2800억 달러의 이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의 순이익도 14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9% 늘었다. 특히 국내 은행의 올해 상반기 이자 수익이 29조 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은행의 수익성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부실이 발생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금리 인상은 은행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금리 인상은 은행 대차대조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은행은 대출에 대한 이자 수익을 늘릴 수 있고, 중앙은행 예금에 대한 이자 수익도 늘릴 수 있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올해 3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했다. 2007년 이후 처음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은행이 모기지, 신규 대출, 중앙은행 예금에 대해 더 높은 이자율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DBRS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영국 은행의 총 순이자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영국의 4대 대형 은행은 모두 금리 인상에 따른 이익 증가를 보고했다. HSBC는 순이자 이익이 32% 증가한 36억 파운드를 기록했다. 바클레이스는 순이자 이익이 24% 증가한 24억 파운드에 달했다. 냇웨스트는 순이자 이익이 20% 증가한 23억 파운드를 기록했다. 로이드는 순이자 이익이 19% 증가한 24억 파운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은행의 신용 손실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금리 인상이 차용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2024년 신용 손실 예측치를 약 2000억 달러 상향 조정했다.

은행들의 과도한 수익에 대한 반발


금리 인상은 은행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이처럼 도움을 준다. 그러나 금리 인상은 또한 대출 비용을 증가시켜 소비자와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생활비 위기 상황에 더 높은 이자율로 은행들이 자기 주머니를 챙기는 것은 정부와 규제 기관의 조사를 불러일으켰고, 일부 영국 장관들은 은행 폭리를 비판하고 저축자들에게 더 높은 이자율을 물려주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모기지에 대해 더 높은 이자를 지불하고 있는 예금자들은 예금에 대해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S&P 글로벌 레이팅스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유럽 지역의 평균 예금 베타는 20%로, 역사적 수준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지난 1년 동안에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대출로 높은 이익을 창출하면서도 예금 금리를 인상하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의미이다.

예금 베타는 정책 금리 인상 폭의 1%에 대해 예금 금리가 얼마나 상승하는지 측정하는 지표로, 예금 베타가 20%이면 정책 금리가 1% 상승하면 예금 금리는 0.2% 상승한다.

2006년 유럽중앙은행이 마지막으로 정책 금리를 인상했을 때의 예금 베타는 약 40%였다. 이는 정책 금리가 1% 상승하면 예금 금리가 0.4%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현재가 과거보다 은행이 더 많은 이익을 누리고 예금자에게 돌아갈 몫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은행이 고객에게 올바른 일을 하고 더 높은 이자율을 전달하려면 더 많은 경쟁이 필요하다. 하지만 은행 시스템을 너무 경쟁적이고 불안정하게 되면, 더 많은 은행이 도산할 수도 있다.

7월 금융안정성 기자회견에서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는 더 많은 은행이 일시 예금보다 정기예금에 더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은행들도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지적이다.

5월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 데이터에 따르면 가계는 은행과 주택금융조합으로부터 사상 최대인 46억 파운드를 인출했다. 이는 1997년 10월 기록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큰 인출이었다.

이처럼 가계가 저축을 줄이는 것은 은행으로 하여금 인출을 완화하기 위해 예금 금리를 인상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예금 상품을 제공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규제 당국의 은행 예금금리 조정 압박


은행이 예금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차입자는 대출금리 인상의 영향을 더 크게 받게 된다. 이는 차입자의 상환 부담을 증가시켜 부실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에 각국 정부의 개입이 나타나고 있다. 예금 금리를 인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예금자들이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리브렛 A 저축 제도와 같은 규제 대상 계좌의 금리를 인상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 저축 제도는 프랑스의 대표적 저축 상품으로, 정부가 최저 금리를 설정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금리를 인상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머니마켓 펀드로의 전환으로 은행 예금 금리를 일부 조정하고 있다. 머니마켓 펀드는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로, 예금 금리와 비슷한 수준의 이자를 제공하는데, 최근 금리 인상으로 머니마켓 펀드 수익이 상승하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예금을 머니마켓 펀드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은행들이 예금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예금 금리를 인상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도 7월 영국 최대 은행 및 주택금융조합과 회의하고 은행과 주택 조합이 예금 금리를 개선하고, 고객이 더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인 조치를 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 이체율이 2023년 은행 수익성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은행들은 대출 금리가 상승해 여전히 자산에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악화와 금리 인상이 초래할 문제들


그러나 금리 인상은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다.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 차입자의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생활비 상승은 대출자 상환 능력을 악화시켜 부실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어려운 거시경제 환경을 고려할 때 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높은 대출 손실이 구체화될 수도 있다. 내년 상반기 1조 달러 상당의 좀비 기업의 도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무담보 소매, 전문 상업 및 중소기업 대출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경제 전망이 약화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3분기 영국 은행들의 예상 신용 손실이 증가했다. 실제 손상된 대출 증가보다 경기 침체, 높은 인플레이션, 실업률 증가, 주택 가격 하락으로 2023년 신용 손실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출이 손상되려면 연체 기간이 3개월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증가하는 대출 손실을 걸러내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어 2023년부터 악화 추세가 나타나기 시작하겠지만, 2024년에는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은행의 신용 손실 증가로 예상되는 장기금리 대출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으로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2024년 최신 신용 손실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전망치인 6560억 달러보다 24% 높은 약 814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피치도 대상이 되는 83개 은행 시스템의 경우 2024년 말까지 2년간 신용 손실이 총 1조 5000억 달러 이상이 될 수 있으며, 2023년 연간 손실이 1050억 달러(16%) 증가하고 2024년에는 420억 달러(5%)로 다소 완화될 수 있다고 보았다.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1조 5000억 달러의 손실액 중 절반 이상인 약 8470억 달러가 중국 은행 시스템에서 발생하고, 북미, 서유럽, 아시아 태평양 지역(중국 제외) 손실액은 약 5170억 달러가 발생할 것으로 보았다. 또한,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2023년과 2024년까지 전 세계 대부분 대출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요인들은 은행의 수익성과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은행들은 고금리 수혜를 누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여러 가지 요인들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