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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경제 불안 속 日 등 해외 부동산 매입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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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경제 불안 속 日 등 해외 부동산 매입 급증

한국 부동산 매입액도 조 단위 돌파

일본 도쿄의 한 주택가에 공사현장이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도쿄의 한 주택가에 공사현장이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리오프닝 시대’를 천명했던 중국의 경제가 심각하게 흔들리면서, 자본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 경제의 대들보였던 부동산 시장이 도미노 파산 위기에 직면하면서 전반적인 국가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중국 자본가들의 자본이 다수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이 발생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 본토 내 부동산 투자에 흥미를 잃어버린 자본들이 해외 유력 부동산 투자로 유출되고 있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영국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 프랭크의 조사를 인용, 일본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 올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음을 보도했다.

나이트 프랭크는 “2013년부터 10년간 일본 상업용 부동산(CRE)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인 투자는 162억달러다”라며 “이 중 16억달러가 2023년 상반기에 집중됐다”라고 전하며 그 증가세가 심상치 않음을 밝혔다.

싱가포르와 미국, 캐나다와 아랍에미리트 등이 일본 물류 창고 등에 많은 투자를 이어간 가운데, 중국 자본도 올해 들어 토지를 비롯한 일본의 관광 명소 지역 부동산 매수세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산림청에 해당하는 일본 임야청은 산림 면적 조사 공표를 시작한 2010년 이래 2023년 들어 외국 자본이 가장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중 홍콩과 중국 투자자들이 투자한 면적은 총 969㏊로, 외국 자본이 매입한 전체 토지 면적의 약 4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중국 자본은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이 몰리는 지역의 부동산을 주로 매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5년부터 훗카이도 등 리조트에 대규모 투자가 진행됐다.
중국 민영 대기업 푸싱그룹은 2015년 말 184억엔(약 1790억원·2015년 말 환율 기준)에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를 인수한 바 있다. 하지만 펜데믹 이후 중국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자 휴양지가 아닌 일본 중심지까지 고루 침투를 하고 있다. 도쿄 23구와 같은 도심 아파트 매수 열풍까지 불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흐름은 엔화 약세와 저금리 때문으로 풀이된다. 엔화 가치가 낮은 만큼 해외 투자자들이 저렴하게 자산을 매수할 수 있고, 또한 금리가 낮기 때문에 ‘환 헤지 수익’ 개념으로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은행은 2016년 이후부터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1%로 유지를 하고 있다. 최근 제로금리에 대한 가능성이 피력되고 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낮은 금리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환 헤지는 현재 시점에서 환 헤지를 하는 순간 즉각적으로 수익이나 손실이 정해지는 확정 수익을 뜻한다. 기본적으로 환 헤지 수익은 헤지 대상 통화의 금리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데, 일본은 금리가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환 헤지 수익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더욱이 중국이나 대만 현지 부동산 이윤은 연 1~3%인데 반해서 일본 도심은 4% 이상인 만큼 시세차익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흐름이 중국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와 맞물려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영주권, 비자 없이도 매입이 가능하다는 점과 외국인이 매입해도 증여와 상속이 가능하다는 점도 투기 열풍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제프리 젠수바키즈 GIC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본 부동산 시장은 가치투자에 적합하면서도 '매우 저렴한' 시장이다"라며 "낮은 금리와 관광산업 호황에 힘입어 일본 부동산 시장은 더 성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중국의 펜데믹 셧다운과 과도한 체제 유지로 강압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일본 사회로 이주하기 위해 도쿄 도심가의 맨션을 구입하는 중국 자본가의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일본뿐만이 아니다. 한국에 유입되는 중국인 부동산 투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3년 8월 기준 중국인 투자자의 한국 부동산 매입액은 1조3000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택매매 거래량은 11만9285건으로, 지난해 4분기 9만996건보다 2만8000여 건이 증가했으며, 집값도 5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0.03%로 1년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다시 오르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종료 시그널, 대외 경제적 리스크가 줄어들고 중국 자국의 부동산 업계 부진까지 겹치자 부동산 매입에 필요한 자본력을 한국으로 집중시켰다는 해석이다.

한국의 외국인 부동산 매수 중 중국인 매수가 1월 518건을 기록한 뒤 2월 611건, 3월 996건, 4월 1051건으로 꾸준한 매수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1~4월까지 집계된 외국인 국내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건수 7062건 중 중국인들의 투자는 총 3176건을 기록, 전체 대비 44.9%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인들의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주변국 부동산 매수에 대한 과열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산케이 신문은 사설을 통해 "중국은 유사시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민이 소유한 토지와 시설에 대해 국가 징용이 가능한 국방동원법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쟁 등이 일어날 경우 중국 자본이 사들인 부동산이 중국에 귀속될 수 있다“라는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또한 외국인 토지이용규제법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