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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만 이득?…美, 자국 기업 요청에도 中 규제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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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만 이득?…美, 자국 기업 요청에도 中 규제는 계속

미국의 중국에 대한 칩 규제가 미국 칩 산업에 피해를 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중국에 대한 칩 규제가 미국 칩 산업에 피해를 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중국에 대한 칩 규제는 국가 안보라는 명분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을뿐더러 미국 칩 산업에 피해를 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 정부 고위층은 중국의 칩 제조 능력을 최대한 억제하고, 기술이 국방 분야로 전이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견해를 고수하며 칩 규제를 밀어붙일 계획이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규제로 미국 기업이 얻는 이득이 손실보다 효과적이지 않다는 주장은 힘을 얻는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억제하기 위해 칩 제재를 가했지만, 중국은 이를 극복하고 다양한 우회 전략으로 고급 칩을 생산하는 데 일단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이 칩 전쟁을 통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억제할 수 없으며,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7나노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은 미국 제재가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화웨이는 SMIC가 제작한 7나노 프로세서를 탑재한 현재 최고 인기 휴대폰 ‘Mate 60’ 스마트폰을 판매 중으로, 애플의 최신 제품인 아이폰 15의 매출 부진에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대만 신주시에 있는 국립 칭화대학교에서 반도체 연구 대학 학장으로 재직하는 린번쟁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SMIC가 곧 5나노 칩을 생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미국의 칩 제재가 미국 칩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정부는 경제 안보를 내세워 칩 제재를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업계는 이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칩 제조사들은 국가 안보와 경제적 이익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칩 전쟁을 중단하고 중국과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실제, 엔비디아, 퀄컴, 인텔 등 미국 최대 칩 제조사 3사는 비공식 동맹을 형성해 미 정부와 정책 싱크탱크에 중국에 대한 칩 판매 단속을 축소하자는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전 세계 칩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연간 총매출이 500억 달러 이상을 창출하고 있다. 이들이 중국에서 사업 기반을 잃으면 일자리 손실과 연구개발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칩 전쟁에서 미국 산업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반도체 업계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 규제의 결과로 정점 대비 20%가량 하락했다. 이 규제 때문에 50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중국과의 단절이 반도체, AI 분야에서 미국 리더십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 칭화대학교 연구진은 AI 분야 필수 칩인 최고급 GPU보다 속도는 3000배 빠르면서도 에너지는 400만분의 1로 적게 소비하는 아날로그 광전자 칩을 개발했다고 10월 말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에 발표했다. 실용화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성능이 현실화될 경우 ASML이 주도하는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DUV 장비를 사용해 더 발전된 칩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차세대 칩 제조 기계를 혁신할 경우, 시간은 걸리겠지만, 중국이 실제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

미국이 후원하는 ASML은 2024년 이후 2030년까지 EUV high NA로 불리는 차세대 기계를 최대 30대까지 생산하려고 한다. 이 기술 발전이 중국의 신기술과의 격차를 계속 유지하면,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첨단 칩 시장의 주도권은 계속 장악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칩 제조사들의 호소로 칩 전쟁의 속도가 일부 느려질지는 모르지만, 제재를 멈출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제이크 설리반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기술 통제에 대한 '작은 마당, 높은 울타리' 접근 방식, 즉 제한된 하이테크 제품 및 기술만을 겨냥한 강력한 조치를 통해 칩 전쟁을 억제할 것임 분명히 하고 있다.

화웨이의 기린 9000S는 TSMC가 초창기 7나노 반도체 제조에 사용했던 DUV(심자외선) 장비와 기술을 사용해 생산됐다. TSMC에서 해당 프로세스를 담당했던 량멍송은 삼성전자를 거쳐 현재 SMIC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DUV 기술을 응용해 5나노 반도체 제조에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DUV 장비로 제작한 7나노 칩은 상업적으로 불가능하다. 수율에서 예를 들면, 100개 가운데 6개만 성공할 수 있다. 5나노 칩을 제작하면, 100개의 칩을 생산하면 약 0.15개의 칩만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진다.

미국은 중국이 그림자 시장에서 첨단 칩을 수입하는 것을 차단하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수율이 저조한 칩을 생산하도록 하면서 중국이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늦추려고 한다. 이 부분에서 미국은 성공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