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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의 휴전 요구 거부한 이스라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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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의 휴전 요구 거부한 이스라엘 속사정



바이든 미 대통령(왼쪽)은 일시적 휴전을 원하고 있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거부했다. 사진=본사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바이든 미 대통령(왼쪽)은 일시적 휴전을 원하고 있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거부했다. 사진=본사 자료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3일(이하 현지 시간) 가자 지역의 민간인 보호를 위해 공격을 일시 중단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우리 인질의 석방을 포함하지 않는 일시적 휴전을 거부한다"라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 후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의 발언은 강경했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로의 연료 공급을 일체 허용하지 않겠으며 그곳으로 돈이 흘러들어 가는 것에 반대한다.”

이에 앞서 미국은 가자지구로의 인도적 지원, 특히 병원 등에 사용할 연료가 전달되는 동안 전투를 일시 중단하도록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했다. 프랑스, 스페인 및 기타 유럽 국가들도 유사한 입장이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극우 정당들과 연정을 맺고 있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한 발짝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7일 이후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 군은 가자지구를 상대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수천 명의 민간인이, 그 중 다수는 어린이, 사망했고 2백 만 명 이상의 주민 가운데 3분의 2가 자신의 집을 떠나야 했다.

음식, 물, 의약품 등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품의 반입은 극히 소량만 허용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연료를 군사 목적으로 감춰두고 있다고 주장하며 전력 생산에 필요한 연료 공급을 차단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충돌


WSJ는 네타냐후의 휴전 거부가 워싱턴과 이스라엘 정부 간의 논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결국 어떤 점진적인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믿지만, 시간이 중요하다.

네타냐후에게 퇴짜를 맞은 블링컨의 속내는 복잡하다. 그는 텔아비브에서 기자들에게 "인도적 지원의 흐름을 극대화하는 방법, 휴전을 인질 석방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하마스가 이러한 휴전이나 협정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지 못하도록 보장할 것인 지를 포함하여 모든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블링컨은 네타냐후 및 이삭 헤르조그 대통령을 포함한 이스라엘의 전쟁 내각 멤버들과 연쇄 회담을 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극우 내각 지도자들로부터 단기 휴전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영국의 왕립 연구기관의 정치 분석가인 사무엘 라마니는 "서양 정부들은 네타냐후를 꽤 강하게 압박할 수 있지만 그는 인도적 휴전에 대한 내부 반대를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네타냐후가 연정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견해다.

미국 등 서방의 노력이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와의 남부 국경을 통해 많은 인도적 지원 물건을 실은 트럭들의 반입을 허용했다.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는 이집트에게 국경을 열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전쟁을 피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하마스 관계자가 이러한 요청을 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가자 시티와 해당 영토 북부의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군사 활동이 치열하다. 이스라엘 군은 하마스의 중심이라고 부르는 영토의 북부 부분을 에워싸고 있다. 민간인들의 생활 조건이 가장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헤즈볼라 참전할까


한편, 이란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단체와의 전쟁 확산을 경고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3일 시민들에게 해외여행 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알리며,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과 유대인들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특히 중동, 이란과 접경한 국가로의 여행을 연기하라고 조언했다. 여행 경고에 해당되지 않는 국가에서도, 유대인 및 이스라엘 상징을 피하고 시위와 멀리 떨어지며, 이스라엘 군 복무에 대한 토론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팔레스타인 적십자는 3일 가자 시내의 가장 큰 병원인 알 시파 병원 입구 부근에서 한 대의 구급차가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은 이것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부상자를 남쪽으로 운반하려는 과정에서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병원의 소장인 모하메드 아부 살미야는 알자지라 방송에 출연해 "의료 팀과 응급 의료 직원들이 목숨을 잃었다. 안타깝게도 부상자 중 일부가 희생됐다"고 밝혔다.

방송의 영상에는 혼잡한 지역에서 피를 흘리는 부상자와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시체들이 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스라엘 군은 병원에 피신한 시민들에게 이 지역을 떠날 것을 촉구했으나, 사실상 이는 불가능한 요구라고 의료 당국은 주장했다. 이스라엘 군은 가자 시티 병원 부근에 반복적으로 공습을 실시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병원 인근에 무기와 지휘 및 통제 센터를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지 보건 당국은 발전기 연료가 부족해 생명을 구하는 장비를 일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 시파 병원에서는 신생아 중환자실에 겨우 전원을 제공할 연료만 남아 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민간인, 특히 어린이들의 사망이 늘어날 것이다. WSJ는 네타냐후 한 명의 정치생명과 수만 명의 목숨을 맞바꿀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