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올해 3분기 동안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직접 투자(FDI)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총 118억 달러 적자였다. 이는 중국 외환 규제 당국이 1998년에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첫 번째 분기 적자다. 중국으로서는 아주 자존심 상하고, 심각한 대외 이미지 손상을 겪은 것이다.
FDI 유출로 중국의 기본수지가 32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는 등 중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부터 올해 계속된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한 노력이 무위로 돌아간 것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이를 주도한 리 창 총리의 체면도 말이 아니게 됐다.
이런 투자의 감소는 부채로 고통을 겪는 중국 경제에 치명적 손실을 가중할 수 있다. 우선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이다. 그간 FDI는 중국 경제의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해 왔다.
FDI의 감소는 중국의 기술 혁신을 저해할 수 있고,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올 한해 중국으로 유입되는 FDI가 적자를 기록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FDI 첫 적자 발생과 그 흐름의 지속이 중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중국은 그간 글로벌 경제 상황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FDI 유입에서 증가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EU에서도 이에 동참하자 2022년 2분기 이후 FDI가 현격히 줄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리 상황 및 거시 경제 악화 및 지정학적 역풍으로 유입이 급격히 둔화됐다.
이에 중국 정부는 FDI 감소가 경제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2022년 연말부터 코로나 봉쇄 해제에 이어 각종 국제 행사를 개최하거나 해외 방문을 통해 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하지만, 올 3분기 적자 기록은 효과가 미흡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런 적자를 두고,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이 주도하는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도전이 초래한 결과라고 말한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훼손하는 국가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비윤리적 기업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는 중국 성장 전망 하향과 점점 어려워지는 국제 정세 변화로 인해 구조적으로 중국으로 FDI 유입이 감소하는 시기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물론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잃을 수 없기 때문에 외국 기업들이 전체적으로 중국에서의 입지를 줄이고 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다만,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 중국의 FDI 유치 능력이 저해되고, 신흥국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며, 중국이 더 시장 친화적이고 개방적 모습을 보여야 예전 FDI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