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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리스크에도 국제유가가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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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리스크에도 국제유가가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이유

미국 텍사스주 러빙 카운티의 퍼미안 분지 원유 펌프 잭.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텍사스주 러빙 카운티의 퍼미안 분지 원유 펌프 잭. 사진=로이터
국제 원유가격이 각종 불안 요소가 산재함에도 불구하고 7월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이 한 달을 넘었음에도 주변 국가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지정학적 위기감이 낮아졌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인근의 주요 산유국이 양측의 휴전을 촉구하고 있고, 하마스의 배후로 지목되는 이란 역시 최근 불안한 국내 정세가 우려되면서 개입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주변 상황이 지난 10월 ‘공급 위기설’로 인한 유가 상승에 제동을 걸었다.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 및 수출 증가도 원유가격 하락의 요인이다. 글로벌 금융기업 UBS의 애널리스트 지오반니 스타우노보는 로이터를 통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 수출 회복도 유가에 대한 압박을 가중했다”며 “OPEC의 원유 수출량은 중동의 계절적 국내 수요 감소로 지난 8월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하루 약 100만 배럴 증가했다. 이는 석유 소비국이 흡수하기에는 너무 많은 공급량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연말까지 원유 생산량을 각각 하루 100만 배럴, 30만 배럴씩 감산한다고 선언하며 유가 하락에 대응했지만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원유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미국석유협회(American Petroleum Institute)의 자료에 따르면 10월 말~11월 초 미국의 원유 재고는 약 1200만 배럴 증가했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120달러를 돌파하며 늘어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 10월 하루 1320만 배럴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올해 국내 석유소비량이 하루 10만 배럴 증가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을 뒤집고, 하루 3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출퇴근 인구가 감소하고, 내연기관 자동차의 전반적인 연비가 개선된 것과 전기차 판매의 증가가 미국 내 석유 소비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외에도 달러화의 계속된 강세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금리 추가 인상 우려 또한 원유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에너지 시장 정보 분석기업 DTN의 수석 애널리스트 트로이 빈센트는 마켓워치를 통해 “OPEC이 2024년까지 공급 감축을 계속 연장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것이 원유가격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OPEC이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원유가격과 (감산으로 인한) 지속적인 원유 예비 생산량의 증가는 2024년에 예측하지 못한 공급 차질로 유가가 급등하는 것을 완충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