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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獨 “올겨울엔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 없다” 낙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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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獨 “올겨울엔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 없다” 낙관하는 이유

독일 북부 레덴에 있는 서유럽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저장시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북부 레덴에 있는 서유럽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저장시설. 사진=로이터
유럽의 맹주이자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이 올겨울 나기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에 적극 참여했으나 러시아가 공급해 온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어느 유로존 국가보다 높아 지난해 겨울 전례 없는 에너지 대란을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부 장관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에 크게 의존해 온 것이 큰 패착이라고 뒤늦게 한탄했을 정도다.

독일 국민이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 가운데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30%에 육박할 정도로 컸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기 직전까지 독일은 천연가스 수요의 5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했었다.

천연가스 비축량 최대치 확보+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독일의소리(DW)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두 번째 겨울을 맞는 독일이 더 이상 천연가스 때문에 위기를 겪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DW는 러시아는 독일의 이같은 약점을 이용해 지난해 8월부터 독일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했고, 독일은 지난해 겨울 그 어느 때보다 매서운 동절기를 겪어야 했으나 올겨울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며 이같이 전했다.

무슨 근거에서 이같은 낙관론이 나오는 것일까.

DW에 따르면 독일 에너지수력산업협회(BDEW)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독일 국민 사이에 올겨울 나기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낙관론이 팽배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14% 정도만 올겨울 나기에 대한 염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조사에 참여한 독일 국민 5명 가운데 4명꼴로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올겨울을 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케어슈틴 안드레 BDWE 이사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독일 에너지 업계와 정치권의 긴밀한 협조 끝에 러시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독일의 에너지 수급 지형이 크게 개선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겨울 이후 독일이 국가적으로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한 덕분으로 평가됐다.

전력‧천연가스‧통신 분야에 대한 감독기관인 독일 연방통신청(BNetzA)의 클라우스 뮐러 청장은 “지난 5일 기준으로 천연가스 비축량이 최대치로 확보돼 있을 정도로 겨울을 앞둔 시점에 천연가스 수입이 매우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에 대한 의존을 끊고 에너지 수입 창구를 다변화한 결과 더 이상 러시아발 에너지 리스크를 겪을 필요가 없는 방향으로 전반적인 에너지 수급 시스템을 개선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배제할 수 없는 위험한 변수


그러나 올겨울 한파가 어느 정도 심한지에 따라 문제가 여전히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는 있다고 DW는 덧붙였다.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겨울이라면 낙관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지난 2012년 유럽에 닥친 역대급 한파가 또다시 찾아온다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방통신청이 가상 시나리오에 따라 최근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에 따르면 2012년의 한파가 올겨울에 올 경우 안정적인 천연가스 비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관측됐다.

독일은 유로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천연가스 비축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독일 내 수요뿐 아니라 유로존의 상당수 나라들에도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위치에 있는데 올겨울이 예상보다 심하게 추울 경우 천연가스 비축량 관리에 비상이 걸릴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한 가지 우려할 만한 상황은 러시아가 유로존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한다는 초강수를 둘 경우다. 이 경우 독일에 천연가스 공급을 의존하고 있는 이웃한 오스트리아와 유럽 동남부 국가들에 할당해야 하는 공급량이 폭증하면서 독일 내의 천연가스 수급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독일 당국의 예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