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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경기 침체, 럭셔리 명품도 주눅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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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경기 침체, 럭셔리 명품도 주눅 들게 한다

버버리의 순이익이 줄어들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사진=본사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버버리의 순이익이 줄어들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사진=본사 자료
코로나 당시 유동성으로 초고의 실적을 올렸던 명품 소비가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유럽과 중국 소비의 감소가 글로벌 명품 시장판매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명품시장 규모는 2020년 약 2882억 달러, 2021년 약 3332억 달러였던 것이, 2022년 기준으로 약 3745억 달러에 달한다. 2023년 시장 규모는 약 4000억 달러로 추정돼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명품과 고급 화장품 시장의 매출 변화


코로나 이후 명품 시장의 매출은 크게 늘었다. 2020년에는 전년 대비 23% 증가했고, 2021년에 29% 증가했다. 당시 증가세는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증가와 소비 심리 개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2022년부터는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2022년에는 전년 대비 12% 증가에 그쳤고, 2023년에 5~1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감소세는 고금리, 글로벌 경기 침체,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경기 봉쇄와 둔화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고급 화장품의 매출도 명품 시장과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2020년에는 전년 대비 20% 증가했고, 2021년에는 25% 증가했다. 그러나 2022년에는 전년 대비 8% 증가에 그쳤고, 2023년에는 5~1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당시 풍부한 유동성이 명품 소비로 몰리면서 세계 최고 부자로 등극했던 루이뷔통의 최고 경영자 베르나르 아르노는 2023년 10월 기준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내줬다. 2023년 5월 기준 아르노 회장의 재산은 2110억 달러로, 세계 최고 부자였다. 그러나 이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루이뷔통의 주가가 하락했고, 이에 아르노 회장의 재산도 감소했다.

루이뷔통은 2020년 이후 매출이 급성장했다. 특히, 2020년 대비 2021년에 순이익이 156% 급증하였고, 주력인 패션과 피혁의 매출은 46% 증가했다. 또한, 시계와 보석 등의 매출은 2020년 대비 167%나 급상승하였다.

하지만, 이후 고금리가 본격화되고 경기가 둔화되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코로나 당시 자산 가치가 급등한 최고 부자층 외 일시적인 유동성으로 돈에 여유가 생긴 중산층이나 젊은층 소비가 줄었다. 루이뷔통의 자산 가치는 2020년 2100억 달러에서 2023년 10월 1800억 달러로 약 15% 감소했다.

이뿐만 아니다. 버버리는 최근 주가가 9% 하락했다. 이는 명품 소비의 전반적인 감소와 관련이 있다. 버버리는 회계연도 2분기 수익 보고서에 중국에서 매출이 줄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적 불확실성과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명품에 대한 소비자 지출이 줄어들면서 최고 부자 외 명품을 즐기던 중산층과 젊은층 소비가 줄고 있다.

세계 3대 명품 시장이자 고가 화장품 선호 국가인 중국도 소비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경기 둔화에 적응하려는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가처분 소득의 감소로 중국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해졌고,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의 명품이나 고가 화장품들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은 이제 가성비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에 광군제에서도 이런 경향은 확연히 드러났다.

중국의 명품과 고가 화장품 시장은 2020년 이후 급속한 성장세를 보였다. 2020년 중국 명품 시장 규모는 약 206억 달러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고, 고가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207억 달러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부터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와 경기 침체 우려로 명품과 고가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중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약 23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고, 고가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24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이는 2020년 이후 성장세에 비해 크게 둔화된 수치다.

특히, 고가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가 명품 시장의 성장세에 비해 더 둔화되고 있다. 이는 경기 침체 우려로 소비자들이 소비 행태를 전환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명품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한국 명품 시장 규모는 2020년 대비 4.6% 증가한 141억 6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 7위 수준으로, ‘보복소비’ 열풍에 힘입어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높은 물가로 인한 소비 심리의 위축, 그리고 명품에 대한 수요의 감소 등으로 매출이 줄고 있다.

일본도 고가 화장품의 소비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경제 상황과 소비자 심리, 그리고 브랜드 인식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명품 소비 감소의 원인


명품 시장이 감소하는 이유는 우선, 경제적 불확실성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 지출이 줄어들면서 명품에 대한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명품 수요 시장에서 2위와 3위를 차지하는 유럽과 중국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명품 소비 지출을 줄였다. 유럽은 전쟁 여파로 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전반적으로 소비가 줄었다.

이런 가운데, 명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명품 소유가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명품에 대한 소비 욕구가 변화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명품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각 국가의 경제 상황과 소비자 심리,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인식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고금리 기조가 바뀌고,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 명품이나 고가 화장품에 대한 선호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과거에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전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명품 소비가 크게 감소했었다.

이외, 1991년 걸프 전쟁, 2001년 9·11 테러 때도 명품 시장이 하락했다.

명품 시장과 고급 화장품 시장의 매출 감소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중국의 경기 둔화 등 명품 시장과 고급 화장품 시장의 매출 감소를 야기한 요인들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품 시장과 고급 화장품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소득층과 중산층의 성장, 신흥 시장의 성장 등으로 꾸준한 수요의 증가, 명품과 고가 화장품의 신제품 개발, 상대적 가치의 상승 등으로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