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여론을 중시하는 국가이므로, 여론 흐름에 따라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정책과 비전을 구사하기 때문에 여론의 흐름을 이해하면 바이든이 미·중 간 정상회담에서 원론적인 대화를 한 배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전제를 고려할 때, 2023년 시카고 의회 조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최근 중국 시진핑과 대화를 해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시카고 의회 조사는 미국인들이 중국의 부상(浮上)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심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카고 의회 조사는 미국과 세계에 대한 시카고 의회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연례 여론조사로, 이 조사는 미국인들의 정치적 태도, 의견 및 행동에 대해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2023년 9월 7일부터 18일까지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여론의 흐름을 파악했다.
시카고 의회 조사의 주요 내용과 함의
2023년 시카고 의회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냉전 종식 후 그 어느 시점보다 중국의 부상을 더 우려하고 있다.
미국인 중 58%는 중국이 세계 강국으로 발전하는 것을 미국의 이익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이는 1990년 시카고 의회 조사가 기록된 이래 최고 수준이다.
미국인들은 중국의 경제력, 공산주의 체제, 인권 정책 및 군사력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미국 정부의 중국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46%)고 생각한다.
미국인들은 누가 경제적으로 더 강한지에 대해, 3분의 1은 미국(33%), 또 다른 3분의 1은 중국(32%), 마지막 3분의 1은 경제력 면에서 거의 같다고 답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확실히 앞서고 있는 것에 비해 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과도한 위기감을 읽을 수 있다.
반면, 미국인들은 중국보다 미국 군사력이 우월하다고 믿고 있다. 미국이 더 우월하다가 46%, 15%는 중국, 37%는 거의 비슷하다고 반응했다.
글로벌 영향력에 대한 10점 척도에서 미국인들은 미국을 평균 8.4점, 중국을 7.5점으로 평가했다.
인권부터 지식재산권에 이르기까지, 미국인들은 미국 정부의 중국에 대한 대응이 일반적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다. 당파를 불문하고 대다수 미국인들은 중국의 부상을 중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었다.
중국에 대해 가장 우려되는 분야를 선택하라는 질문에 미국인들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거의 균등한 의견을 나누었다. 중국의 경제력(23%), 공산주의 정치체제(22%), 인권 정책(21%), 군사력(20%)을 꼽았다.
또한, 미국인들은 베이징의 부상을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보는 것 외에도 중국이 글로벌 문제를 합리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더 이상 믿지 않았다.
미국인 중 19%만이 중국이 세계 문제를 책임감 있게 처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미국인 10명 중 4명(41%)이 중국이 글로벌 문제를 책임감 있게 처리할 것이라고 답했던 2018년에 비해 급격한 감소를 나타낸다.
이런 결과는 미국인들이 중국의 부상과 그로 인한 영향을 심각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미국의 정치·경제·군사력 등 여러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과 우려를 반영하고 있으며,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중국에 더 선명하게 대응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선을 앞둔 마당에 이런 조사는 대선 후보들로 하여금 중국에 대해 더 원칙적이고 미국 우선적인 공약을 내놓게 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여론의 반응이 변화하려면, 미국 정치인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결국 중국에서 미국인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한 행동을 자제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계속 노력하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시진핑 주석이 미·중 관계 개선을 위한 보다 전향적인 기조를 보일 때 이는 가능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