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의회와 EU 이사회는 9일(현지시간) 포괄적 패키지의 일부를 승인했다. 이 패키지는 EU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도록 조정하면서 천연 가스, 재생 가스 및 수소에 대한 공통 규칙을 설정하고 있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회원국 정부는 러시아와 벨로루시 수출업체가 LNG 및 천연가스 선적에 필요한 인프라 용량을 확보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EU는 러시아로부터 LNG를 수입하는 국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는 행위를 하거나, EU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행위를 한 경우 LNG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 또한, EU는 러시아와 가스 계약을 체결한 국가가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받는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다.
러시아는 EU의 천연가스 수입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벨로루시는 약 10%를 차지한다.
규제가 시행되면 러시아와 벨로루시의 LNG 및 천연가스 수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EU의 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EU는 LNG 저장고에 규정의 90% 정도를 비축해두고 있다.
EU는 앞서 겨울을 앞두고 가스 비축분을 보충하고, 지난해 사상 최고치의 에너지 가격이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여, 러시아의 가스 공급 감소로 인한 천연 가스 수급 차질을 피하려고 공동 가스 조달 계획을 시행했다.
앞서 EU는 2022년에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3분의 2 수준으로 줄이고, 2027년까지는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EU는 LNG 수입을 확대하고, 가스 재고를 확보하며, 가스 소비를 감축하는 등 조치를 하고 있다.
EU 회원국들은 공동으로 가스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스 수입량을 조절하고 있으며, 비(非)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가스 저장 시설의 용량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
EU 회원국들은 현재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에 부과된 12차 경제 제재 패키지와 관련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제시한 제안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
주요 안건은 EU의 다이아몬드 수입의 약 20%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수입 금지,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는 행위를 하는 개인과 법인에 대한 제재 강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시행해 러시아가 원유를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막는 상한제 시행 강화 등이다.
집행위원회는 이 제안에서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완전히 금지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일부 회원국들의 반대로 제재안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EU는 여전히 가스의 약 1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부분 해상 유조선을 통해 LNG로 수입되고 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등 일부 회원국은 러시아 공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 천연가스가 타 지역의 LNG보다 10~20% 정도 단가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한, 안정성이다. 러시아산 가스를 완전히 중단할 경우, LNG 수요 변동에 따라 EU 에너지 수급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갑자기 혹독한 겨울이 찾아오면 비축량이 급격히 줄 수 있다. 이에 합의 도출 과정에 난항이 지난 해부터 계속됐다.
러시아산 가스 수입 금지가 EU의 에너지 수급에 미칠 영향은 다양하다.
단기적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에너지 수급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EU의 에너지 수급 구조를 재편하고,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