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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대선 앞두고 세금 대폭 인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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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대선 앞두고 세금 대폭 인상 '논란'

부통령 후보 마흐푸드 메릴랜드가 1월 31일 인도네시아 반다 아체에서 생중계된 인스타그램 성명에서 인도네시아 최고 안보부 장관직 사임을 발표한 후 선거 유세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부통령 후보 마흐푸드 메릴랜드가 1월 31일 인도네시아 반다 아체에서 생중계된 인스타그램 성명에서 인도네시아 최고 안보부 장관직 사임을 발표한 후 선거 유세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도네시아 정부가 2월 14일 대선을 앞두고 레저세, 담뱃세, 부가가치세 등 일련의 세금을 시차를 두고 대폭 인상해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닛케이는 인도네시아 중산층과 기업들이 정부에서 저변층의 인기를 얻기 위해 세금 인상을 단행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세금 부담이 늘어 기업의 경쟁력도 약화되고, 경제 성장도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세금 인상에 반발해 법원에 제소까지 검토 중이며, 재무부 장관 사퇴설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재무부는 2024년 사회보장 예산을 지난해보다 11%나 많은 약 317억 달러로 늘렸고, 이에 세수 확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금은 올해가 아니라 내년부터 인상될 예정인데, 당장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 세금을 부담하는 대상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미리 인상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세금 인상의 배경과 주요 내용


인도네시아 정부는 세금 인상이 정치적 목적의 세금 인상과는 무관하다며 재정 수입 확대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세금 인상이 대선을 앞두고 인기를 얻기 위한 정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며, 인도네시아에서는 매번 주요 선거를 앞두고 주기적으로 득표를 위해 세금 인상을 단행해 왔다고 주장한다.

오는 14일 실시하는 대선에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수라카르타 시장과 러닝메이트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을 지지하고 있다.

인상한 세금은 우선 나이트클럽, 바, 스파, 노래방 클럽 등에 대한 레저세로 세율이 0%에서 최소 40%로 인상됐다. 발리, 족자카르타 등 인기 관광지를 포함한 지방 자치 단체는 범위 내에서 세금을 올릴 수 있다.

또한, 담배와 전자담배에 대한 소비세를 10~15% 인상했다. 이에 기업들은 판매 감소에 대한 손실을 우려하고 있고, 흡연자들의 불만도 높다.

부가가치세도 11%에서 12%로 인상될 예정이다. 내연기관 차량에 세금을 인상하고 전기차를 장려할 계획이다. 2018년부터 혜택을 누려온 중소기업 소득세 감면 혜택도 올해 만료된다.

2024년 세수 목표는 지난해보다 8% 증가한 약 1521억4000만달러이며, 세금 인상으로 얻은 세수는 5년 동결된 공무원 임금 인상, 쌀 지원 확대, 엘니뇨 현금 지원 등의 사회안전망 프로그램과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세금 인상에 대한 반응


인도네시아 기업들은 세금 인상으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되고, 관광, 담배, 자동차 산업 등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으며, 일부 협회는 정부 결정에 대해 법원 제소를 검토 중이다.

우선, 인도네시아 호텔 및 레스토랑 협회는 코로나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세금을 40%로 인상하는 법안은 산업을 죽이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외국인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해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 같이 인기 있는 이웃 국가들을 따라잡기 위해 애쓰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인도네시아 관광 산업 전반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023년 인도네시아 관광 산업은 GDP 비중에서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5.8%보다 낮은 2023년 4.3%, 생산 규모는 2019년 약 3900억 달러보다 감소한 약 2900억 달러, 종사 인구는 2019년의 약 6700만 명보다 저조한 5700만 명에 그치고 있다. 레저세가 인상될 경우, 회복세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인도네시아 관광산업협회는 레저세 인상 정책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사법적 심사를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주요 담배 제조사 구당 가람(Gudang Garam)과 HM 삼포에르나(HM Sampoerna)의 주가도 폭락했다. OECD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성인 남성의 54%가 담배를 피우는 등 세계에서 가장 높은 흡연율을 자랑한다.

2018년부터 혜택을 누려온 중소기업에 대한 소득세 감면(최대 0.5% 세율 적용) 혜택이 올해 만료되자, 7년간 혜택을 누려왔던 중소기업들은 앞으로 최대 30%의 일반 세율이 적용됨에 따라 불만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세금 인상이 경제 회복을 저해하고, 복지 수준을 악화시키고, 빈곤과 실업률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행동전략센터(CISA)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37%가 세금 인상에 부정적 입장이다.

인도네시아 경제 전문가나 연구소들은 세금 인상이 중산층의 조세 부담을 증가시키고, 재정 정책 왜곡이 기업 활동에 부담을 주게 되어, 경제 성장이 5%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당장 대선을 앞두고 인도네시아는 세금 인상 문제로 불만이 높아지자 장관 책임설이 나오고 있는 등 논란이 되고 있으며, 대선 이후 세금 문제가 주요 경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