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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엔비디아 'AI 독주' 누가 막아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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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엔비디아 'AI 독주' 누가 막아설까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
2023년 4분기 실적 발표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날려버린 엔비디아의 고공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잠시 주춤했던 주가도 다시 반등하며 22일(이하 현지 시간) 뉴욕증시 마감 기준 시가총액이 1.94조 달러로 ‘2조 달러’ 달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2024년은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칩 시장에서 독주할 수 있는 마지막 해가 될 전망이다. 경쟁자가 거의 없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수많은 경쟁자가 ‘탈(脫)엔비디아’를 내세우며 AI 칩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엔비디아의 최대 라이벌은 아이러니하게도 최대 고객인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구글) 등 거대 클라우드 기업들이다.

급성장하는 AI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엔비디아 AI 칩을 대량으로 사들였던 이들은 지난해 말 즈음 모두 자체 개발 AI 칩을 선보였다.
MS는 ‘마이아’와 ‘코발트’라는 2종의 자체 AI 칩을 선보였으며, 구글의 AI 칩 ‘TPU’는 이미 4세대 버전까지 나왔다. 아마존 역시 자체 AI 칩 ‘인퍼렌시아’와 ‘트레이니움’을 공개했다. 지나친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AI 산업은 연평균 36.6%씩 성장해 2030년까지 18조4750억 달러(약 2경43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클라우드 기업들도 AI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한 투자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엔비디아 AI 칩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리드타임(주문하고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만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

최근 MS와 오픈AI, 메타, 오라클, 테슬라 등이 지난해 말 AMD의 AI 칩 ‘MI300’을 대거 사들인 것도 엔비디아 제품만으로는 제때 AI 데이터센터 확충이 어려워 향후 데이터센터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도 원인 중 하나다.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 ‘H100’의 가격은 장당 6000달러 선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AI 칩이 최소 수천~수십만 개씩 들어가는 AI 데이터센터 하나를 구축하는 데만 천문학적인 구매 비용이 들어간다.

게다가 엔비디아 AI 칩은 사실 그래픽처리장치(GPU)에 기반을 둔 ‘범용 연산 장치’다. 클라우드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AI 전용 칩’보다 AI 효율이 떨어진다. 장기적으로 자체 AI 칩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AI 데이터센터의 구축 및 유지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중국의 화웨이도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새로운 맞수로 꼽힌다. 22일 로이터는 엔비디아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AI 반도체를 포함한 여러 부문에서 화웨이를 최고 경쟁업체로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의 자체 AI 칩 ‘어센드 910B’는 엔비디아가 3년 전 출시한 ‘A100’과 경쟁하기 위해 개발됐다. 하지만 미 정부의 수출 규제로 A100은 물론,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 전부 수출이 막히면서 중국 내 화웨이의 경쟁력이 급상승했다.

최근 엔비디아는 미 정부의 성능 제한을 넘지 않는 H20, L20 등 신형 AI 칩을 출시하며 중국 시장 지키기에 나섰지만 현지 반응은 냉랭하다. 신형 칩들의 성능이 화웨이 제품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오히려 화웨이에 대한 수요와 관심만 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등 IT 분야의 거물들이 막대한 돈을 들여 자체 AI 칩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AMD와 인텔, ARM 등 기존 반도체 디자인 기업들도 자체 AI 칩을 출시했거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당장 엔비디아 AI 칩의 판매량과 매출이 급감하는 것은 아니다. ‘범용 칩’인 GPU에 기반을 둔 엔비디아 AI 칩은 AI 외에도 고성능 컴퓨팅(HPC)을 비롯한 다른 분야에서도 여전히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다만, AI 시장만 보면 현재 전 세계 80%에 달하는 엔비디아 AI 칩의 점유율은 경쟁사들의 새로운 AI 칩이 늘어날수록 점차 감소할 추세임은 분명하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