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테슬라 대항마'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기업들이 급작스런 실적 한파에 고심하고 있다.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픽업트럭 제조업체 리비안은 전주 대비 38% 급락한 주당 10.06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고급 세단 전기차를 만드는 업체인 루시드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19% 추락했다. 이 두 전기차 회사는 최근 내놓은 작년 4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올해 생산량이 작년 수준에 머물거나 소폭 상승하는데 그칠 것이란 암울한 실적 전망을 내놓았다. 연준 FOMC 고금리와 경제적 불확실성 탓에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탓이다. 금리인상에 따라 매월 지불해야 할 자동차 할부금 부담이 커진 것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미 자동차 업계에선 전기차 가격을 낮추거나 관련 투자를 꺼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뉴욕증시 WSJ은 "스타트업은 기성 자동차 업체에 비해 전기차 시장의 갑작스런 냉각에 더욱 크게 노출돼 있다"면서 "(전기차) 매출 둔화를 버텨낼 수익성 있는 (다른) 사업도 부재하다'고 보도했다. 리비안의 현금 보유고는 작년 12월 말 기준 79억 달러(약 10조5천억원)으로 1년전(116억 달러·약 15조4천억원)보다 크게 감소했다. 루시드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도 14억 달러(약 1조8천억원)으로 전년도보다 3억6천500만 달러(약 4천800억원) 줄었다. 이 회사는 현재 보유한 현금이 2025년까지 사용 가능한 규모라고 강조했다고 WSJ은 전했다.
시가총액도 전날 1조6천670억 달러에서 1조9천390억 달러로 껑충 뛰며 하루 만에 2천720억 달러(약 361조원) 증가했다. 하루 증가분이 뉴욕증시 넷플릭스(2천525억 달러)의 시총을 넘는다. 이는 역대 하루 만에 가장 많은 시총 증가라이다. 이달 초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의 하루 증가분(1천970억 달러)을 능가했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기업 중 시총이 2조 달러를 웃도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3조490억 달러)와 애플(2조8천180억 달러)이 유일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기업 아람코(2조650억 달러)까지 3곳 밖에 없다.
엔비디아 주가가 이날 상승하면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20대 부호 반열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Bloomberg Billionaires Index)에 따르면 전날까지 황 CEO의 자산 순위는 전 세계 21위(692억 달러)로, 20위인 석유 재벌 데이비드 코흐의 미망인 줄리아 코흐(가족·693억 달러)과는 불과 1억 달러 차이였다. 엔비디아 주가의 폭등으로 엔비디아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투자자들이 총 30억달러(약 4조원)의 평가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뉴욕증시 일각에선 엔비디아의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며 4분기 실적 발표가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주가가 폭락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이런 전망과 달리 엔비디아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65%, 총이익은 769% 급증하며 모두 시장 예상을 뛰어넘었다. 올해 1분기 실적 라이던스도 월가 전망을 초과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