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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가리비·와규’ 日 인기 EU 수출품, 새로운 포장 규제에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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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가리비·와규’ 日 인기 EU 수출품, 새로운 포장 규제에 ‘골머리’

일본 축산업자가 와규에게 여물을 먹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축산업자가 와규에게 여물을 먹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이 새로 검토하는 수입품 규제 조항이 일본의 대표 수출군에 악영향을 미쳐 EU 수출 둔화 조짐 우려가 제기됐다.

2일 닛케이아시아는 EU에서 검토 중인 새로운 규제로 일본의 사케, 가리비, 와규와 같은 대표 수출군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EU 이사회와 유럽의회는 이르면 4일 해당 법안을 확정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며, 이 법안이 승인되면 2030년에 발효된다.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규정에 따르면, EU에서 주류를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기업은 제품의 10% 이상을 재사용 또는 리필 가능한 용기에 담아 판매해야 한다. 이 경우 일본의 대 EU 인기 수출품인 사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케는 와인과 달리 술의 종류와 병 모양이 달라 병째로 재활용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만약 와인병이나 종이팩으로 전환하게 된다면 사케 양조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제조단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아시아 전통주 중 EU 인기 수출품목인 우리나라의 막걸리와는 대조적이다. 막걸리는 카톤 포장지로 판매되기 때문에 이 규제에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닛케이아시아는 일본이 규제 당국의 사케에 대한 별도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호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규제 품목은 가리비와 와규다. 이 두 품목의 경우 기존의 포장 방식 자체와 생산 방법을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리비와 와규는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을 겹겹이 쌓아 만든 다층 필름으로 포장된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열과 습기에 강하기 때문에 해상 운송에 적합한 방법으로 애용됐다.

문제는 추후 EU의 신규 도입 규정상 재활용이 불충분한 것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되면 두부, 즉석식품 등 포장에 다층 필름을 사용하는 다른 다양한 일본 제품의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일본의 식품 관련 항목들이 EU 수출 증가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해 일본의 EU식품 수출은 약 6% 증가한 724억엔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케를 포함한 ‘주류’는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까지 진출하는 등 132억엔을 기록,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가리비와 와규가 각각 73억엔과 41억엔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인기 품목이 규제로 인해 수출 실적이 저하될 경우 EU 수출에 악영향이 우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의 EU수출 실적이 다소 둔화되고 있다는 것도 고민을 가중시킨다. 일본 재무성이 지난 28일 발표한 예비 데이터에 따르면 11월 일본 수출은 0.2% 감소한 8조 8100억엔을 기록,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자동차 수출이 16.3% 증가했지만 철강 수출은 11.6% 감소했고 반도체 등 칩 제조 장비 출하량이 10.6%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9조 5900억엔으로 7760억엔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EU 수출이 0.03%로 소폭이지만 33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 눈에 띈다. 또 대미 수출은 5.3% 증가해 2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전월의 8.5% 급증보다 성장률은 둔화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반적인 EU 경기 침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런 현상의 가속화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의 수출 증가로 인해 충격을 최대한 상쇄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EU수출 둔화는 일본 산업에 적지 않은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인기 식품 수출품이 규제 대상이 되는 것에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기사카와 카즈마 다이와 연구소 경제학자는 “미국과 EU의 경기 둔화가 상당한 수준이며, 일본 수출 하락에 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2011년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가 지난여름 브뤼셀에서 일본 식품에 부과된 규제를 폐지하려고 시도했던 것처럼 이러한 노력이 다시 필요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