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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술 자급자족' 위해 반도체 무차별 스파이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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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술 자급자족' 위해 반도체 무차별 스파이 활동

중국 기업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A씨가 지난 1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기업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A씨가 지난 1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도체는 미래의 제조 강국과 기술 강국이 되기 위한 필수 산업으로, 군사력, 경제력, 지정학적 힘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10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전방위적으로 미국, 대만, 한국, 네덜란드 등에서 최대한 합법적 수단과 방법을 가장한 가운데 사실상 불법적 반도체 핵심 기술과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2022년 7월 6일 영국 런던의 MI5 본부에서 FBI 국장인 크리스토퍼 레이와 MI5 국장인 켄 매컬럼은 중국의 스파이 활동과 사이버 공격에 대해 경고하고, 미국과 영국의 협력과 대응을 강조했다. 이는 미·영 정보당국 수장이 공개적인 자리에 함께 모습을 드러낸 최초의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기술 전쟁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다.

미·중 반도체 갈등과 중국의 변화


중국은 서방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해 천문학적 투자를 쏟아부으며 '기술 자급자족’을 국가 발전의 핵심 기둥으로 삼았다.

그러나, 미국이 2018년 4월 ZTE에 엄격한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가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전략이 산업에서 국가 안보 관점으로 격상됐다. ZTE 사태는 미국산 칩 기술이 포함된 통신 장비가 이란을 통해 우회 거래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ZTE는 12억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했고, 통신 장비에 들어갈 미국산 반도체를 구매할 수 없게 됐다.

중국은 ZTE 사태에 큰 위기감을 느끼며 반도체 산업을 국가 안보 관점에서 바라보고 투자를 확대했다. 이에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중국 제재는 더 강화됐다. 2022년 10월 7일에 중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인 SMIC에 대해 더 강력한 수출 통제를 가했다.

미국의 수출 통제는 중국 반도체 산업에 큰 타격을 주었지만, 중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성숙 반도체 시장에 경쟁력을 갖추고, 인재 육성과 제3세대 반도체 개발에 더 강하게 나섰다. 핵심 역할을 한 사람 중 한 명은 SMIC의 공동 CEO인 량멍쑹이다. 그는 TSMC와 삼성전자를 거쳐 SMIC에 합류해 7나노 공정 생산 성공을 이끌었다.
중국은 장비 도입이나 제조 기술 파악 외 사람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이유다. 중국은 반도체 기술 자립을 위해 가장 중요한 두 축이 장비와 소재, 그리고 사람이라고 보고 있으며, 미국 등 서방의 제재와 견제를 피해 이를 어떤 방법으로든 자국으로 들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산업 스파이 활동은 물밑에서 지금도 진행


중국은 네덜란드 ASML,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 대만의 TSMC, 우리나라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중국이 사이버 공격, 인재 영입, 기술 유출 등의 방법으로 공격한 사례는 다양하다.

네덜란드의 ASML은 중국 XTAL이 ASML의 소스 코드와 설계 파일을 훔쳐 중국에 전송한 혐의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중국 및 대만 지사 직원들을 모집해, 영업비밀을 불법적으로 악용했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론은 2018년 푸젠 진화와 대만의 유니트론이 자사의 기술을 훔쳐 복제한 혐의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푸젠 진화와 유니트론은 거래 금지 조치가 내려졌고, 양사 임원들은 산업 스파이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미국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기업인 캠브리아와 히말라야의 임원들을 인텔과 엔비디아 기술 도난과 산업 스파이 혐의로 기소했고, 화웨이를 TSMC 반도체 설계 도구 무단으로 획득 혐의로 기소했으며, YMTC를 무단으로 마이크론 NAND 플래시 메모리 기술 획득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대만의 TSMC도 SMIC가 기술을 훔쳐 복제했다고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TSMC의 기술을 이용해 14나노 공정의 반도체를 생산했다.

대표적으로 소개한 사례 외에도 유사 사례는 많다. 메모리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반도체 산업에서의 기술 도난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 등 많은 나라들이 반도체 산업을 국가의 전략적 목표로 삼고, 최고급 기술에 대한 갈망이 강하기 때문이다. 핵심 기술이 기업 이익은 물론 국가 안보와 직결되기에 다양한 수단을 동원, 기술을 획득하려고 할 것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기술 도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각적 대책이 필요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