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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비야디, 日·韓과 달리 美 진출 녹록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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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비야디, 日·韓과 달리 美 진출 녹록지 않은 이유

지난해 4월 19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상하이 국제 모쇼의 비야디 전시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4월 19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상하이 국제 모쇼의 비야디 전시관. 사진=로이터
미국의 자동차 시장을 가장 성공적으로 공략한 나라로 일본에 이어 한국이 꼽히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같은 맥락으로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가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를 판매량 기준으로 지난해 말 제친 것으로 확인되면서 비야디의 미국 본토 상륙도 머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10일(현지 시간) 미국의 유력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중국은 일본과 한국의 경우와는 다를 것이란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비야디 미국법인 대표의 발언


이같은 흐름은 이미 비야디 내부에서 감지되고 있다.

스텔라 리 비야디 수석부사장 겸 미국법인 대표는 지난달 말 야후파이낸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전기차 시장인 흥미로운 시장인 것은 맞지만 동시에 매우 복잡한 시장이기도 하다”라며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이 다소 위축돼 있을 뿐 아니라 그 밖에 여러 가지 혼란스러운 문제가 있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전문가들도 리 부사장의 발언에 공감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리서치업체 모닝스타의 세스 골드스타인 주식전략가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가 미국 시장에 뛰어드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설령 비야디가 미국 시장을 노크하더라도 미국 소비자들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골드스타인은 “비야디가 미국 시장에서 검증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한국의 전례와 중국의 경우가 다른 이유


일본과 한국의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 소비자들이 가려운 곳을 잘 찾아내 긁어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전기차 시장 조사업체 로모션의 윌 로버츠 조사국장은 “일본과 한국의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미국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이유는 미국 소비자들이 미국 기업들에서는 제공하지 못해 갈구했던 것들을 두 나라 기업들이 선사했기 때문”이라면서 “그것은 바로 고장이 적고, 연비가 뛰어나고, 가격까지 저렴한 차”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산 전기차에 일본과 한국의 전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로버츠 국장은 “비야디의 경우 이같은 요소를 두루 갖춘 것은 맞을지 몰라도 다른 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한창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에 몰입해 있는 것을 넘어 상대방에 대해 보복성 조치를 잇달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비야디가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는 얘기다.

인플레이션감축법도 걸림돌


골드스타인 주식전략가와 로버츠 조사국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비야디의 미국 시장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확히 말하면 IRA에 포함돼 있는 규정인 ‘우려 대상 외국 기관(Foreign Entity of Concern)’ 얘기다.

우려 대상 외국 기관 조항은 미 재무부와 에너지부가 지난해 11월 확정해 발표한 내용으로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정부 등이 ‘25% 이상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배터리 관련 기업을 우려 대상 외국 기관으로 지정해 IRA에 따른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 기관을 일컫는다.

로버츠 조사국장은 “기본적으로 이 규정 때문에 비야디의 미국 시장 진출에는 이미 커다란 걸림돌이 놓여진 상황”이라면서 “이 규정에도 불구하고 비야디가 미국 시장에 대한 노크를 시도할 경우 미국 정부는 추가적인 규제를 내놓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