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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따라잡힌 AP 성능·한발 늦은 생성형 AI…'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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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따라잡힌 AP 성능·한발 늦은 생성형 AI…'총체적 난국'

2024년 들어 애플이 아이폰을 시작으로 총체적 난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4년 들어 애플이 아이폰을 시작으로 총체적 난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애플이 2024년 새해 들어 하는 일마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다. 주가도 올해 들어 전반적으로 하향 곡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가총액 1위 자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내준 지 오래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애플의 성장 동력이 어느덧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본다. 한때 업계를 선도해온 첨단 기술력이 슬슬 한계를 보이고 있고, 애플 특유의 폐쇄적 생태계는 ‘독점’ 위기에 처했다. 고(故) 스티브 잡스가 추구하던 고유의 제품 철학은 최신 트렌드에 뒤처지며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애플의 위기 원인 대부분은 최대 돈줄인 ‘아이폰’에서 나온다.

우선 ‘성능’에서 경쟁사에 추격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애플이 자체 개발해 아이폰 시리즈에 탑재하는 ‘A시리즈’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쟁사보다 1~2세대를 앞선 성능으로 아이폰의 인기몰이에 한몫했다.

하지만 지난해 아이폰15 프로 시리즈에 탑재된 최신 칩 ‘A17 프로’는 업계 최초 3나노 공정으로 제조한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전작 대비 낮은 성능 향상폭과 전에 없던 ‘발열’ 문제로 출시 초기 곤욕을 치렀다.

그사이 퀄컴의 ‘스냅드래곤8 Gen3’와 대만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9300’ 등 경쟁사의 최신 AP들은 애플과 거의 맞먹거나 오히려 일부 앞선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 나올 경쟁사의 차세대 AP들은 성능은 물론, 게임 성능과 인공지능(AI) 등의 기능 면에서도 오히려 애플을 능가할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나온다.

최근 시장의 화제인 ‘생성형 AI’도 애플의 약점이다. 애플은 그간 자사의 AI 기술을 사용자경험(UX)의 향상에만 집중하고, 한창 떠오르는 생성형 AI 기술은 등한시했다. 반면, 삼성은 업계 최초로 ‘AI 스마트폰’을 성공적으로 데뷔시키면서 오히려 한발 먼저 ‘혁신’을 달성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항의에 "생성형 AI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해명하면서 스스로 AI 트렌드에 뒤처졌음을 자인했다.

최근 출시한 신형 맥북에서 생성형 AI 기술을 강조하고, 취소된 ‘애플카’의 자율주행 인력을 자체 AI 개발로 돌리며, 캐나다의 유망 AI 스타트업 ‘다윈AI’를 인수하는 등 생성형 AI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업계의 시선은 냉랭하다.

10년 이상 AI를 개발해온 구글마저 최신 생성형 AI ‘제미나이’의 잇따른 오류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고작 1년여의 개발 기간으로 애플의 생성형 AI가 경쟁사 대비 얼마나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의문이다.

아이폰15 시리즈의 중국 내 판매량이 예전만 못한 것도 고민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아이폰15 시리즈는 출시 후 14주 동안 판매량이 전작 대비 11% 감소하며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이마저도 애플이 사상 처음으로 출시 3개월도 안 된 시점에서 두 번이나 가격 인하를 단행하며 거둔 성적이다.

반면, 자체 개발·생산 5G칩을 탑재한 ‘메이트 60’ 시리즈를 선보인 화웨이는 ‘애국 소비’ 열풍을 일으키며 전년 대비 판매량이 70%나 상승하며 아이폰 판매 감소에 일조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소비자들을 특유의 폐쇄된 생태계에 가두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던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이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독점’ 의혹에 휩싸이며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1월 에픽게임스와의 소송에서 ‘외부결제 허용’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EU의 ‘디지털 시장 법(DMA)’에 따라 외부 앱스토어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애플이 앱스토어 시장을 16년여 만에 외부에 개방함을 의미한다.

그동안 앱 구매 및 인앱 결제에서 최대 30%의 수수료를 받아온 애플에게 외부결제 및 외부 앱스토어 허용은 매출 및 실적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

애플의 이러한 ‘난국’은 자체 생성형 AI 기술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아이폰 16(가칭)’이 공개될 오는 9월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애플카'와 폴더블 폰 계획은 취소되거나 연기됐고, 혼합현실(MR) 부문 야심작 '비전 프로'는 어중간한 반응으로 제자리를 못 찾고 있다. 남은 반년간 애플이 지금의 난국을 타개할 만한 또 다른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업계 및 시장의 관심사 중 하나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