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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5선' 러시아 대선, 투표소 방화에 물감 테러 '난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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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5선' 러시아 대선, 투표소 방화에 물감 테러 '난장판'

대선 후보 총 4명…英 왕립합동군사연구소 "푸틴 대관식일 뿐"
반정부 후보 '출마 불허'…기표 용지 접지 않고 투명함에 투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국경 분쟁 지역인 크림반도의 옙파토리야에 게시된 2024년 러시아 대선 후보 안내판의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국경 분쟁 지역인 크림반도의 옙파토리야에 게시된 2024년 러시아 대선 후보 안내판의 모습. 사진=로이터

오는 5월부터 러시아 정부를 이끌 수반을 뽑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대선)가 현지 시간 15일 막을 열었다. 현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다섯번째 당선과 임기 6년 연장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투표장 곳곳에서 시민들의 저항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러시아 대선은 오는 17일까지 사흘에 걸쳐 직접 투표 형태로 진행된다. 푸틴 대통령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가운데 블라디슬라브 다반코프, 레오니트 슬루츠키, 니콜라이 히리토노프 등 국가두마(하원)의원 3인이 후보로 참여해 총 네 명이 맞붙는다.

푸틴 외 후보로 등록한 이들은 30대의 젊은피 다반코프, 50대의 중진급 정치인 슬루츠키, 70대의 베테랑 히리토노프 등 제각기 다른 배경을 갖고 있으나 이들 모두 유의미한 후보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이번 대선에 관해 "푸틴을 제외한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은 철저히 푸틴의 정책을 재확인하는 내용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푸틴의 5선을 위한 그랜드 플랜"이라고 평했다. 특히 슬루츠키 후보는 선거를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을 이기기 위한 비전은 없다"며 사실상 패배를 시인하는 언동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4년 임기로 2회, 2012년부터 올해까지 6년 임기로 2회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그 사이에는 총리직을 맡았으며, 올해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다섯번째로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된다.

러시아 헌법은 한 대통령이 3번 연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나, 푸틴 정부는 2020년 "개헌 이전의 대통령 임기 기록은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더해 푸틴이 3연임, 5선에 도전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푸틴은 합법적으로 2036년까지 대통령직을 지킬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BBC와 AFP 통신 등 유럽 외신들에 따르면 푸틴의 장기 집권에 대해 일부 러시아 시민들이 투표장을 '테러'하는 형태로 저항에 나섰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선 한 여성이 투표소에 화염병을 투척하는 방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외에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다섯 곳의 투표소에서 투표함에 녹색 액체를 들이붓는 '물감 테러'도 벌어졌다.

러시아는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 기표용지를 접지 않고 투명한 투표함에 넣는 형태로 투표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감 테러는 '비밀 선거' 원칙을 위반한 정부 조치에 저항한다는 의미를 담은 행위로 해석된다.

녹색 액체가 최근 사망한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와 관련 있다는 해석도 있다. 나발니는 2017년, 러시아 정부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독살 시도로 인해 실명 위기를 겪었다. 당시 나발니를 습격한 괴한은 녹색 소독액을 얼굴에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의 최대 정적으로 나발니는 2021년 1월 러시아 당국에 의해 체포, 징역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올 2월 16일 옥사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대통령 후보 등록을 신청한 반정부 성향 변호사 예카테리나 둔초바가 '선거 관련 서류에서 다수의 오류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출마 불허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