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개월 연속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은 뒤 올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대폭 축소되며 달러 강세를 견인했다.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핵심 전략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모히트 미탈은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인플레이션 궤적 차이로 인해 ECB가 연준보다 다소 빠르게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0.8% 내리며 1.064달러까지 하락했다. 유로는 이번 주 달러 대비 1.5% 하락하며 2022년 9월 이후 최대 주간 하락 폭을 기록했다.
금리 전망 차이로 미국 국채 수익률과 독일 국채 수익률 격차는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엔화는 달러 대비 34년 만에 최저치인 152.39엔까지 하락한 뒤 후반 153.23엔에 거래됐다. 달러/엔 환율은 당초 저항선으로 인식됐던 152엔이 돌파되자 153엔도 거침없이 뚫었다.
IG의 시장 애널리스트인 토니 시카모어는 로이터에 “152엔 돌파는 실제로 폭발에 가까웠다”면서 “(일본 당국은) 자유낙하 중인 엔화를 지지해야 하며 조만간 어떤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도 0.7% 오른 106을 기록해 역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주 달러 지수는 1.5% 상승해 지난 2월 이후 가장 큰 주간 상승 폭을 기록했다.
신흥국 통화도 '고개 숙여'
신흥국 통화의 약세도 두드러졌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한 데다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전망도 가세해 달러 매수세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3월 수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위안화와 원화 등 아시아 통화들도 동반 하락 압력이 커졌다.
위안화는 달러당 7.238위안으로 떨어져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ING은행의 프란체스코 페솔레 전략가는 투자자 메모에서 ”지정학은 한동안 외환시장에 부차적 역할을 해왔지만,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긴장 고조가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 모든 것이 단기적으로 달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하우너가 이끄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애널리스트들은 리서치 노트에서 “당분간은 이머징 마켓 통화와 채권의 노골적인 롱(매수) 포지션을 피하고 스프레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