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전미자동차노조, 노조 불모지 남부에 첫발

공유
0

전미자동차노조, 노조 불모지 남부에 첫발

폭스바겐 노조 결성 승리로 남부 전 지역 노조 결성 시작

UAW, 폭스바겐 노조 결성 승리에 환호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UAW, 폭스바겐 노조 결성 승리에 환호 사진=로이터
전통적으로 남부의 농업적 전통에 따라 이 지역에는 노조가 발달할 수 없었는데, 최근 제조업이 진출이 늘면서 마침내 올 4월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비노조 지역에서 첫 노조 결성에 성공했다.

2024년 4월 19일 테네시주 채터누가에서 열린 UAW 주최 투표 감시 파티에서 노조원들은 폭스바겐 노동자들이 73% 대 27%로 남부에서 처음으로 노조를 결성하자 남부 전역에 이를 확대할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었다고 12일(현지시각)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남부지역은 역사적으로나 정치적, 법적, 문화적, 사업적 반대 때문에 주요 민간 기업에 노조 결성이 어려운 곳으로 그동안 인식되었다.

그러나, 북부의 강력한 노조를 피하려고 반도체, 배터리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 제조업 등이 남부에 좋은 일자리 제공을 조건으로 급격히 투자를 늘리면서 이런 전통적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변화를 촉발한 것은 UAW이다. 그간 다양한 방식으로 남부에 노조를 확산하려는 노력을 했지만, 불발에 그쳤다. 2014년과 2019년 폭스바겐 공장에 노조를 조직하려고 했던 UAW의 이전 두 번의 시도는 근소한 차이로 실패한 바 있다. 이번에는 지난해 디트로이트 지역에서 노조가 거대기업과 협상에서 승리한 여세를 몰아 숀 페인 회장이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하락하자 첫 노조가 결성된 것이다.

숀 페인은 폭스바겐을 시작으로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로 노조를 확대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특히, 바이든 민주당 정부도 노조를 지지하고 있어 UAW로서는 큰 힘을 얻고 있다.

노조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지지는 최근 약 6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UAW는 지난해 가을 전례 없는 파업 이후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로부터 기록적인 계약을 따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남부 근로자들도 자신들이 정당한 근로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권리 의식이 점점 상승하고 있으며, 이제 UAW가 아니라 폭스바겐 노조 결성을 주도한 남부 근로자들이 앞장서서 이 지역 자동차 제조업체 근로자들을 더 많이 설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앞으로 이 지역에 노조가 더 확산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하나의 산을 옮기는 데 성공한 UAW의 다음 산은 앨라배마주 터스컬루사 카운티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이다. 이 공장은 2022년에 개장했다.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의 UAW 가입률은 조직 캠페인을 시작한 지 6주 만인 올해 1월 중순까지 30%를 돌파했다. 50%가 가입하면 노조는 공개 집회를 열고, 70%가 되면 전미노조(UAW)는 노조 인정을 요구하거나 전국노동관계위원회에 투표를 요구할 수 있다.

이제 약 6,000여 명의 근로자 가운데 거의 70%가 노조 가입 서명을 했기 때문에 5월 13일부터 17일까지 노조 가입 여부에 투표를 하고, 그 결과는 5월 23일경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메르세데스-벤츠 공장 근로자들도 노조 결성을 원한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것으로, 미국 자동차 산업에서 노동조합 영향력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노조 결성이 성공한다면 메르세데스-벤츠는 노동조합과 협상을 통해 노동 조건, 임금, 복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이는 경영진의 의사 결정을 제한하고 생산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특히, 잇따른 노조 결성 성공은 남부지역의 다른 자동차 회사의 공장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노조 결성을 시도할 가능성을 높이게 할 수 있다. 이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노동관계에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다만, 미국 남부지역에서는 ‘일할 권리’ 법이 있어 노조가 회비를 징수하는 것이 어렵다는 법률적 제약이 있어, 이 지역에서 노조 조직화가 쉬운 것은 아니다. 이 법은 미국 일부 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법으로, 노조가 회비를 징수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이 법은 근로자들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을 권리와 노조 회비를 납부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한다. 이는 노조의 재정적 기반을 약화하고, 노조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노조 결성에 비판적인 제조업체들의 반발과 일부 유권자들의 호응에 따라 노조가 더 확산될 경우, 제조업들이 이 지역 투자를 기피할 수 있다고 본 앨라배마 주지사를 비롯한 남부지역 조지아, 미시시피,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텍사스 주지사들도 UAW의 노조를 조직화를 비난하고 있다.

이는 남부지역에서 노조 조직화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지만, UAW가 폭스바겐에 이어 메르세데스-벤츠 제조공장 노조 결성에도 성공하면, 남부지역 노조 조직화는 대선 국면과 맞물려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