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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中 군사적 위협 강화 속 정치적 혼란에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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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中 군사적 위협 강화 속 정치적 혼란에 빠져

시위대가 2024년 5월 24일 대만 국회 앞에서 국회개혁법안 표결을 앞두고 주요 야당인 국민당과 대만민중당의 국회 권한 확대 계획에 반대해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시위대가 2024년 5월 24일 대만 국회 앞에서 국회개혁법안 표결을 앞두고 주요 야당인 국민당과 대만민중당의 국회 권한 확대 계획에 반대해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대만이 라이칭더 신임 총통의 취임 일주일도 안 돼 중국의 거센 군사적 압박 속에 정치적인 혼란에 빠졌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24일(현지시각) FT에 따르면 라이 총통이 이끄는 민주진보당(민진당)을 지지하는 수만 명의 시위대는 이날 행정부의 권한을 제약하기 위해 의회 권한의 전면적 확대를 밀어붙이려는 야당인 국민당의 움직임에 항의했다.
이러한 시위대의 저항은 중국군이 대만 주변에서 이틀째 훈련을 실시한 가운데 이뤄졌다.

중국은 현재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면서 대만이 자국의 통제에 무기한 복종하기를 거부하면 무력으로 합병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이날 중국 인민해방군은 전투기, 실탄 미사일로 무장한 폭격기, 해군 함정을 대만 동부 해안 지역으로 보냈다. 이와 별도로 중국 해안경비대는 대만 동쪽에서 모의 선박 검사를 포함한 법 집행 순찰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에너지와 식량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대만을 봉쇄로 굴복시키려 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경고라고 FT는 풀이했다. 대만 국방부는 이날 중국 인민해방군의 항공기 62대와 해군 함정 27척이 대만 주변에서 작전을 펼쳤다고 밝혔다.

중국은 2016년 라이 총통의 전임자인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전 총통이 집권한 이후 대만 정부와의 대화를 차단하고 군사적 위협을 강화한 바 있다.

중국은 이번에 라이 총통의 취임에 대해서는 ‘도발’과 ‘기만’이라며 더 거세게 반응했다.
20일 취임 연설에서 라이 총통은 "중국의 수많은 위협과 침투 시도에 맞서 우리의 결의를 보여주자“고 국민들에게 촉구했다.

그는 중국의 위협에 직면한 모든 국민이 "합병에 반대하고 주권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누구도 정치권력을 대가로 국가 주권을 포기한다는 생각을 품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FT는 민진당과 법학자 및 많은 시민단체가 위헌적 권력 장악이라고 비난해 온 의회 개혁은 양당 간의 첨예한 대립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법회(국회) 다수당인 국민당과 대만민중당은 민진당의 끊임없는 절차적 지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심의에서 대부분의 발의안을 통과시켰다. 표결은 오는 28일 계속될 예정이다.

야당이 발의한 국회개혁법안은 공무원이 국회 청문회에서 허위 진술을 할 경우 최대 1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으며, 국회의원에게 충분히 협조하지 않으면 무거운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대만 국립정치대학교의 정치학자 레프 나흐만은 FT에 새 행정부에 대한 야당의 방해는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라이 총통뿐만 아니라 지난 8년 동안 이뤄진 많은 일들을 되돌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것이 공무원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변질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정안은 국회가 군에 기밀 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조사권을 확대하는 것으로, 대만이 방어력 강화를 모색하는 시기에 중국으로의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개정안은 또한 시민사회단체와 기업 및 개인이 국회의원의 증언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무거운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흐만은 군 관계자의 증언을 강요하는 조항이 대만의 자국산 잠수함 건조와 같은 주요 방위 프로젝트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다수당이 수정안을 거의 심의하지 않고 간단한 거수로 표결에 부치기로 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대만변호사협회는 신속하게 추진된 입법은 "대만의 민주주의 기반을 훼손하고 민주적 입헌주의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다"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