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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달러화 대비 37년여 만에 최저치...개입 타이밍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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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달러화 대비 37년여 만에 최저치...개입 타이밍에 촉각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일본 엔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일본 엔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 엔화 가치가 26일(현지시각) 뉴욕 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37년여 만에 최저치로 추락한 가운데 일본 외환 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시장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엔화 환율은 이날 뉴욕장에서 한때 달러 대비 160.80대로 하락하며 1986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화 가치가 지난 4월 일본 당국의 개입이 단행됐던 160.20엔대보다 더 떨어지자 일본 당국의 엔화 매수(달러 매도) 개입 타이밍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쉽게 꺾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계자들의 ‘매파적’ 발언도 가세하자 달러화의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25일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 "이는 투자자들에게 미국 금리가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미국과 일본 국채의 큰 수익률 격차가 지속될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 줬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은행(BOJ)은 지난 13~14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국채 매입 축소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으면서 엔화의 반등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엔화는 올해 들어 달러화 대비 약 12% 하락했고 이날 뉴욕 시장에서도 0.7% 하락하며 장 후반 160.70엔에 거래됐다. 엔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0.3% 하락한 171.60엔을 기록해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24일 “너무 빠르거나 투기 세력들에 의해 주도되는 환율 움직임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밝혔다.

시장 일각에서는 지난주 미국이 일본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만큼 일본의 환시 개입이 여의치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다수 전문가는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조치가 일본 당국의 개입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간다 재무관도 일본이 미국의 환율관찰대상국에 추가된 데 대해 "이는 미국이 일본의 외환 정책을 문제 삼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과도한 환율 변동성에 적절히 대응하는 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최적의 타이밍 찾기


지난 4월 하순과 5월 초 일본 당국은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9조8000억 엔(약 614억 달러·약 86조 원)어치의 엔화를 사고 달러를 파는 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추정됐다.

엔화 약세로 수입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일본 소비자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만큼 일본 당국이 추가적인 엔화 약세를 용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스즈키 히로후미 수석 외환 전략가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일본은행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단기적인 환율 움직임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엔화가 계속해서 추가로 절하된다면 이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당국은 4월 말부터 5월 사이에 엔화 매수 개입을 통해 달러/엔 환율을 160엔대에서 155엔대로 끌어내린 바 있다.

다만 개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미국 연준이 주목하는 주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발표되는 오는 28일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날은 주말을 앞둔 데다 7월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다음 주 시장 유동성이 감소할 전망으로 일본 당국이 시장이 엷은 틈을 활용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으로 거론되고 있다.

뉴욕 소재 미쓰비시UFJ 트러스트&뱅킹의 영업 및 트레이딩 담당 책임자인 타카후미 오노데라는 블룸버그에 “일본 당국은 적어도 28일 PCE 지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며 “예상보다 강한 보고서가 나오면 변동성이 커지면서 달러/엔 환율이 163엔까지 치솟을 수 있으며 유동성이 부족한 틈을 이용해 당국자들이 환율 레벨을 체크하거나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당국은 지난 4월에도 29일 일본 시장 휴장으로 유동성이 감소한 상황에서 개입을 단행한 바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개입 효과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 엔화 하락 속도를 늦추고 폭을 제한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엔화 약세의 큰 물줄기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일본은행이 7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구체적인 국채 매입 축소 규모를 제시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