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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종말 대비, 새로운 투자처? '프리퍼' 시장 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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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종말 대비, 새로운 투자처? '프리퍼' 시장 급성장

불안한 미래에 베팅하는 사람들, '포티튜드 랜치' 타임쉐어 인기
인류종말 시대를 대비한 타임쉐어 '포티튜드 랜치'.이미지 확대보기
인류종말 시대를 대비한 타임쉐어 '포티튜드 랜치'.
세상의 종말이 온다면 어디로 피해야 할까? 기후 변화, 정치적 분열, 인공지능의 위협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는 가운데, 종말 생존을 위한 '프리퍼(prepper)'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은퇴한 공군 대령 드류 밀러는 독특한 사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바로 종말 대비 타임쉐어 '포티튜드 랜치'다.

벙커, 무기고 갖춘 생존 공간...휴양도 즐긴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의 깊은 산속에 위치한 포티튜드 랜치 웨스트버지니아 지점. 워싱턴 D.C.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이곳은 50에이커(약 20만㎡) 규모의 부지에 목재 게스트하우스, 기숙사, 벙커 등을 갖추고 있다. 겉보기에는 여느 휴양 시설과 다를 바 없지만, 지하에는 콘크리트, 강철, 나무로 겹겹이 쌓인 대피소가 숨겨져 있다. 대피소 벽면에는 통조림과 즉석식품이 가득하고, 잠긴 무기고에는 돌격소총과 석궁이 걸려 있다. 심지어 50구경 소총과 방사능 탐지기까지 구비되어 있다.

이곳은 단순한 벙커가 아니다. 회원들은 연간 최대 2주 동안 이곳을 휴양지처럼 이용할 수 있다. 숙박 시설은 스파르타식 기숙사부터 개인 화장실이 딸린 럭셔리 룸까지 다양하며, 농장에서 직접 기른 닭, 양, 토끼로 만든 식사도 제공된다. 웨스트버지니아 지점 관리자인 스티브 르네는 "우리는 케밥을 많이 먹게 될 것"이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프리퍼' 시장 겨냥한 새로운 사업 모델

포티튜드 랜치는 현재 미국 전역에 5개 지점을 운영 중이며, 8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회원 가입비는 숙박 시설 수준에 따라 2000달러(약 275만 원)에서 2만 달러(약 2754만 원)까지 다양하며, 연회비는 1000달러(약 137만 원)다. 밀러는 "우리는 중산층을 위한 합리적인 가격의 생존 옵션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한다.

인류종말 시대를 대비한 타임쉐어 '포티튜드 랜치'.이미지 확대보기
인류종말 시대를 대비한 타임쉐어 '포티튜드 랜치'.


이러한 사업 모델은 점점 커지는 '프리퍼' 시장을 정확히 겨냥했다. 프리퍼는 재난이나 사회 붕괴에 대비해 식량, 물, 생존 장비 등을 비축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2012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방영된 리얼리티 쇼 '둠스데이 프레퍼스(Doomsday Preppers)'는 프리퍼들의 일상을 보여주며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에는 괴짜들의 기행으로 여겨졌지만, 기후 변화, 팬데믹, 정치 양극화 등이 심화되면서 프리퍼들의 걱정은 더 이상 웃어넘길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종말 대비 시장, 블루오션 될까?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따르면 미국 전체 가구의 약 7%인 2000만 명이 현재 '프리퍼'로 분류된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서는 미국인의 57%가 재난 대비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15% 증가한 수치다.

실리콘밸리의 부유층 사이에서도 '생존주의'는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래퍼 릭 로스는 호화 벙커를 짓고 있다고 밝혔고,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는 하와이에 자체 에너지와 식량 생산이 가능한 지하 벙커를 포함한 대규모 복합 시설을 건설 중이다.

밀러는 포티튜드 랜치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확신한다. 그는 "올해 매출은 약 200만 달러(약 27억 원), 총 이익은 약 40만 달러(약 5억5000만 원)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프리퍼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포티튜드 랜치의 성공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깊은 갈망을 보여준다. 종말 대비 시장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새로운 투자처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