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 움직임이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5년 간 반도체 업체들과 주택 건축업체들 주가는 함께 오르고, 함께 내리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이제 이같은 기묘한 동행이 끝나고 각자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상관계수 0.93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업종의 지수 움직임은 뜻밖에도 매우 밀접했다.
13일(현지시각) 배런스에 따르면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최근 분석 노트에서 "주택 건축업체들과 반도체 업체들은 주가 흐름이 실질적으로 같은 보조로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두 업종 간 주가 흐름 상관계수는 지난 5년 동안 무려 0.93%에 이르렀다. 이 계수는 1에 가까울 수록 동일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분화 시작
비스포크는 그러나 이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11일 반도체 종목 주가는 3.5% 급락한 반면 주택 건축 업체들의 주가는 7% 가까이 폭등했다. 이날 주택 건축 업체들은 2022년 11월 이후 약 2년 만에 최대 상승세를 기록했다.
금리 인하 전망이 방아쇠
이 둘의 기이한 동행을 깨트린 것은 금리인 것으로 분석된다.
어울리지 않는 이 둘은 묘하게도 금리에 민감히 반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택 건축 업체들은 금리가 떨어지면 혜택을 받는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아지면서 주택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체들도 금리가 낮아질 때 혜택을 받는 것은 다르지 않다. 미래 수익 기대감이 주가에 깊이 반영돼 있기 때문에 금리가 내리면 미래 수익의 현재 가치가 높아진다.
그렇지만 둘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주택 건축 업체들은 올 들어 상승 흐름이 둔화됐다. 올 상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하면서 반도체 오름세를 따라잡지 못했다.
11일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하락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급격히 높아지자 다시 주가가 급등했다.
반면 반도체는 이미 올해에도 탄탄한 오름세를 보였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퇴색하면서 주가 상승세가 주춤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반도체는 인공지능(AI) 기대감 속에 시장 흐름을 압도하는 상승세를 지속했다.
금리 인하 효과보다는 AI 전망이 주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높은 주가 부담
반도체 업종은 그동안의 높은 상승세에 따른 부담도 안고 있다.
골드만삭스, 세콰이어 캐피털 등 월스트리트 대형 기관 투자가들은 최근 적어도 단기적으로 AI 테마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도체 종목들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반도체 상장지수펀드(SOXX)는 편입 기업들의 내년 예상 주당순익(EPS)을 기준으로 한 포워드 주가수익배율(PER)이 이미 28배에 이른다. 대장주 엔비디아는 41배가 넘는다.
실적이 조금만 어긋나도 대대적인 주가 조정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반면 주택 건축업체들은 사정이 다르다.
MZ세대의 주택 수요 증가 전망 속에 앞으로 10년은 전망이 탄탄하다. 주가가 많이 오른 것도 아니어서 고평가 우려에서도 자유롭다.
아이셰어즈 US 주택 건축 ETF(ITB) 편입 종목들의 포워드 PER은 고작 12배로 반도체 업체들로 구성된 SOXX의 28배에 비해 절반도 안 된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 PER 22배보다도 크게 낮다.
이같은 요인들이 반도체와 주택 건축 업체 간의 기묘한 동행을 다시 갈라 세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두 업종 간 주가 흐름 분화는 강화될 전망이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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