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육군이 상업용 비즈니스 제트기를 개조해 차세대 정보감시정찰(ISR)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민간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딥 센싱’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 등 주요 경쟁국의 군사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새로운 국방 전략의 하나로, 향후 미국 방위산업과 글로벌 방산 시장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2일(현지시각)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미 육군은 지난 8월에 시에라 네바다 코퍼레이션을 고정밀 탐지 및 활용 시스템(HADES) 프로그램의 주계약업체로 선정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 터보프롭 항공기를 대체할 새로운 ISR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HADES 프로그램의 초기 계약 규모는 약 9350만 달러이며, 12년에 걸친 전체 프로그램 예산은 최대 1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육군은 2028년까지 첫 번째 HADES 항공기를 배치할 계획이다.
미 육군 HADES 프로그램은 노후화된 정보 수집 항공기를 첨단 시스템으로 교체하려는 전략적 계획이다. 현재 운용 중인 가드레일(Guardrail), 강화 중고도 정찰 및 감시 시스템(Enhanced Medium Altitude Reconnaissance and Surveillance System), 공중 정찰 저공 항공기(Airborne Reconnaissance Low Aircraft) 등은 40년 이상 사용된 터보프롭 엔진 기반 항공기들이다.
HADES 프로그램은 이 구식 항공기를 상업용 제트기를 개조한 최신 플랫폼으로 대체하고자 한다. 특히, 상업용 봄바디어 글로벌 6500 비즈니스 제트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스템은 기존 항공기보다 훨씬 높은 고도에서, 더 빠른 속도로, 더 오랜 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다.
이는 더 넓은 지역에 대한 정보 수집 능력을 크게 향상하고, 글로벌 차원의 신속한 배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 새로운 플랫폼은 첨단 센서와 통신 시스템을 탑재해 지상, 해상, 공중의 다양한 위협을 탐지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는 미 육군 '딥 센싱' 전략을 실현하는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HADES가 미 육군이 민간 항공 기술을 군사 목적으로 전용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채택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전영역 합동 지휘 통제(JADC2)' 구상이 작동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더 넓은 지역에서 더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크리스틴 워머스 미 육군 장관은 이를 '딥 센싱'이라 칭하며, 2030년까지 "전장의 모든 수준에서 적보다 더 멀리, 더 끈질기게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미군의 전략 변화는 미국 방위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전통적인 군수업체뿐만 아니라 민간 항공 및 IT 기업들도 군사 프로젝트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봄바디어, 사브, 팔란티어 등 다양한 기업들이 이미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군민 기술 융합을 가속하고, 방위산업의 혁신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방산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의 움직임은 동맹국들의 군사 전략과 장비 도입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은 미국의 새로운 ISR 능력과 호환되는 시스템을 도입하려 할 것이다. 이는 해당 지역의 방산 시장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과 호주는 이미 유사한 ISR 능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도 장기적으로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응하여 자체적인 ISR 능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이미 고고도 무인정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위성 기반 감시 시스템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을 둘러싼 새로운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에는 도전 과제도 존재한다. 민간 기술의 군사적 활용은 기술 유출 우려와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업용 위성 이미지나 통신 데이터의 군사적 활용은 개인정보 보호와 충돌할 수 있으며, AI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된 표적 식별 시스템은 오인식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 우려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상업용 플랫폼의 군사화가 국제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고 동맹국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미 육군의 '딥 센싱' 전략과 민간 기술 활용 정책은 21세기 군사 혁신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군사 전략의 변화를 넘어 방위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것이다. 향후 군민 기술 융합이 가속화되고, 이에 따른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공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