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에 국가 간 불평등 연구에 기여한 다론 아제모을루(57), 사이먼 존슨(61), 제임스 A. 로빈슨(64) 등 3명의 경제학자가 뽑혔다.
아제모을루는 튀르키예 태생으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다. 사이먼 존슨은 영국 태생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이다. 존슨도 역시 MIT에 몸담고 있다. 영국 출신인 로빈슨은 미국 시카고대 교수로 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각국의 제도가 어떻게 형성되고 번영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인정해 이들에게 노벨 경제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스웨덴 왕립과학원은 "국가 간 소득 차이를 줄이는 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며 "수상자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사회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올해 수상자들은 장기적으로 국가의 경제적 번영에 미치는 요인으로서 정치·사회적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연구를 해 왔다. 아제모을루와 로빈슨은 국내에서 정치인들 사이에서 널리 읽힌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공동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한 국가가 경제적으로 성공하려면 포용적인 정치·경제 체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벨 경제학상은 1901년부터 시상된 다른 5개 부문과 달리 1969년부터 수여돼왔다. 스웨덴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의 뜻에 따라 인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인물에게 주어지는 노벨상은 지난 7일 생리의학상부터 이날 경제학상까지 올해 수상자 발표를 모두 마쳤다. 10월 7일에는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마이크로RNA 발견에 기여한 미국 생물학자 빅터 앰브로스와 게리 러브컨이, 8일에는 물리학상 수상자로 인공지능(AI) 머신러닝(기계학습)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턴이 선정됐다.
10월 9일 화학상은 미국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와 구글의 AI 기업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 경영자(CEO)·존 점퍼(39) 연구원이 받았다. 10월10일 노벨 문학상은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처음으로 수상했다. 11일 평화상은 반핵 운동을 펼쳐 온 원폭 생존자 단체 일본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日本被團協·니혼히단쿄)에 돌아갔다.
노벨상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에 열린다. 물리학·화학·생리의학·문학·경제학상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여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애쓰모글루 교수는 현대 경제학의 주요 인물 중 한 명으로, 주로 정치경제학, 개발경제학, 제도경제학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연구는 정치적 제도와 경제적 성과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애쓰모글루 교수의 연구는 경제학뿐만 아니라 정치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MIT 슬론경영대학원의 경제학 교수인 존슨 교수는 국제 금융 시스템과 경제 정책, 특히 금융 위기와 관련된 문제를 전문으로 다른다. 저서와 논문에선 주로 금융 시스템의 문제와 이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을 분석하고, 금융 부문의 영향력이 어떻게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했다. 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재직한 경험이 있으며, 경제 정책에 대한 이해가 넓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빈슨 교수는 민주주의와 독재 체제의 경제적 성과 차이에 대해 분석했다. 그의 연구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경제와 정치 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국가 발전과 불평등 문제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쓰모글루 교수와 로빈슨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공동 저술했다. 이 두 교수는 실패한 국가와 성공한 국가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로 경제 제도를 꼽았다. 두 교수는 서문에서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의 남한과 북한을 꼽기도 했다. “한반도에서 발생한 어마어마한 제도적 차이에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부국과 빈국으로 나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일반 이론의 모든 요소가 포함돼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국가의 성패 결정 요인이 지리적, 역사적, 인종적 조건이 아니라 바로 ‘제도’라고 강조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애쓰모글루 교수와 존슨 교수는 공동 저서 ‘권력과 진보’에선 기술 진보가 경제 성장과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썼다. 이들은 기술 향상의 이득이 더 평등하게 공유돼야 진정한 진보가 이뤄질 수 있다고 역사적 사례를 들어 증명했다.
노벨상 시상식은 12월 10일에 열린다. 물리학·화학·생리의학·문학·경제학상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각각 수여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