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는 21일(현지시각) 아이거가 맡고 있는 CEO 후임자를 2026년 초에 발표하기로 했다.
한 차례 은퇴했다가 위기에 빠진 디즈니 해결사로 구원 등판했던 아이거가 디즈니를 이제 정상 궤도로 끌어올렸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만하면 됐다”
아이거는 디즈니를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시킨 인물이다.
2005년 10월 CEO로 취임해 2006년 픽사, 2009년 마블을 인수했고, 2012년에는 루카스필름을, 그리고 2019년에는 21세기 폭스 인수를 주도했다.
중국 테마파크 진출도 아이거가 주도했다.
그는 2019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키기도 했다.
디즈니를 반석 위에 올려 놓은 그는 2020년 계약이 끝나면서 CEO에서 물러났고, 이듬해인 2021년 12월 31일에는 회장 자리에서도 물러나 공식적으로 은퇴했다.
그러나 아이거를 대신해 디즈니 지휘봉을 잡은 밥 채픽 CEO 체제에서 디즈니가 경영 위기에 몰리자 아이거는 2022년 11월 디즈니 CEO로 복귀했다.
아이거에 맞섰던 채픽이 사실상 쫓겨난 것이었다.
아이거 후임자를 2026년 초에 확정하기로 한 이날 디즈니 발표는 디즈니가 다시 안정을 찾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회장 교체
디즈니는 내년 1월 2일 모건스탠리 CEO 출신인 제임스 고먼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고 밝혔다. 현 회장인 마크 파커 나이키 전 CEO가 사임 의사를 나타내면서 후임자로 고먼이 발탁됐다.
월스트리트 영향력이 큰 고먼을 회장으로 앉히기로 한 것은 회장이 경영에 입김을 내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파커 대신 고먼이 회장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울러 나이키의 최근 부진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커가 추천한 인물인 존 도나호가 나이키 CEO를 맡은 뒤 나이키가 심각한 실적 부진에 빠진 터라 파커의 입지가 좁아졌다.
디즈니는 지난 8월 올해 초 이사회에 합류한 고먼이 파커 대신 회장으로 취임해 차기 CEO 선정을 위한 후계 계획 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은 파커를 대신해 고먼이 차기 CEO를 선정하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고먼이 파커보다 이사회에서 더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다 후계자 선정에도 매우 진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먼은 성공적인 CEO 선정으로 모건스탠리의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먼은 모건 스탠리 명예회장에서 올해 말 퇴임해 내년 초 디즈니 회장으로 취임한다.
CEO, 외부 수혈에 무게
디즈니에서 26년을 일했던 채픽이 CEO가 된 뒤 회사가 흔들린 경험을 갖고 있는 디즈니는 이번에는 내부 충원만 고집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그러나 외부 인력 윤곽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내부에서 CEO를 맡을 적임자들은 벌써부터 하마평이 무성하다.
현 경영진 가운데 CEO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디즈니 테마파크 등을 책임지는 경험 부문 회장 조시 다마로,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부문 공동 회장 데이나 월든이 있다. 월든은 TV와 스트리밍 부문도 책임지고 있다.
또 ESPN 책임자인 지미 피타로,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공동 회장 앨런 버그먼 등도 후임 CEO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아이거 후임이 2026년 초에 확정된다는 소식에 디즈니 주가는 하락했다.
디즈니는 0.66달러(0.68%) 내린 96.62달러로 마감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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