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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첨단산업 패권전쟁, 세계 무역질서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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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첨단산업 패권전쟁, 세계 무역질서 흔드나?

中 18조 달러 경제력으로 첨단산업 공세...美 '경제안보 동맹' 맞불
붉게 물들고 있는 화면에 보이는 미국 1달러 지폐의 모습.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붉게 물들고 있는 화면에 보이는 미국 1달러 지폐의 모습. 사진=로이터

전문가들과 시장조사기관들이 미국과 중국의 첨단산업 패권 경쟁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대만 자유시보는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로버트 D. 앳킨슨 회장이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중국이 18조 달러 규모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첨단산업 장악에 나서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앳킨슨 회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의 주도권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는 중국 정부의 기업 보조금이 국내총생산(GDP)의 1.7%로, 미국(0.4%)의 4배를 넘는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규모 지원을 통해 중국은 주요 첨단산업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세계 태양광 패널 시장의 59.3%, 민간용 드론 시장의 70%를 차지했으며, 산업용 로봇 설치량은 전 세계의 52%에 이른다.

중국은 신성장 분야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5년간 양자기술 연구개발에 15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며, 이는 미국(38억 달러)의 4배 규모다. 원자력발전소는 55기를 가동하며 26기를 추가로 건설 중이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더욱 공격적이다. 중국은 468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칩스법(520억 달러)에 버금가는 지원을 예고했으며, 지원 규모를 더 늘리려 하고 있다. 미국반도체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기업의 총 판매량은 2024년 116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시장 점유율은 2020년 9%에서 17%로 증가하며, 연평균 성장률은 3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LCD·OLED 시장은 중국의 산업 지원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 BOE는 2023년 정부로부터 5억32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아 연간 순이익을 초과하는 지원을 받았다. 그 결과 중국의 LCD 모니터 생산은 2004년 제로에서 2024년 세계 생산의 72%로 급증할 전망이다.

씨티그룹 글로벌마켓 수석 전략가 켄 피츠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산업정책이 미국의 경제 주도권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은 동맹국들과 '경제안보 협력체'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앳킨슨 회장은 자유시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 유럽과 첨단기술 공동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산업 보조금 경쟁으로 자유무역 체제가 약화되면서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게이건은 자유시보에서 "중국의 첨단산업 공세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며 세계 무역 질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