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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대비·고효율 '패시브 하우스' 기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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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대비·고효율 '패시브 하우스' 기술 확산

"카테고리 5 허리케인도 견디는 주택 개발...극한 기후 대응 신기술 부상"
독일에서 3D 프린팅을 사용하여 건물을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연구원들은 이를 통해 건축 자재 투입을 7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에서 3D 프린팅을 사용하여 건물을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연구원들은 이를 통해 건축 자재 투입을 7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로이터


7일(현지시각) LA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이 화제가 되면서 미국에서 자연재해와 극한 기후에 대응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패시브 하우스' 기술이 새로운 건축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미국 패시브 하우스 인증기관 피어스(Phius)의 최신 자료를 분석한 결과, 패시브 하우스 인증 면적이 급증하고 있다. 2021년 축구장 23개 크기(16만7225제곱미터·180만 평방피트)였던 인증 면적은 2024년 현재 축구장 39개 규모(27만8709제곱미터·300만 평방피트)로 늘었다. 특히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아파트 84층 빌딩 규모에 해당하는 210만제곱미터(2260만 평방피트) 패시브 하우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은 2020년부터 모든 신축 건물에 '제로에너지 빌딩'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스코틀랜드는 2024년 12월부터 패시브 하우스 수준의 자체 기준을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PHIKO)에 따르면, 한국은 2009년 첫 도입 이후 2018년 11월 기준 164채의 인증 패시브 하우스가 건설됐다. 협회는 한국형 패시브 하우스 프로토타입(KPH) 20개를 개발해 한국 기후와 건축 환경에 맞춘 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패시브 하우스는 건물의 단열성과 기밀성을 극대화해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건축 기술이다. 패시브 하우스 네트워크의 켄 레벤슨(Ken Levenson) 전무이사는 "패시브 하우스는 마치 거대한 단열 보온병과 같다"며 "외부와 내부가 최소한으로 접촉하도록 설계돼 열 손실을 막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설계의 효과는 실제 재난 상황에서도 입증됐다. 2021년 12월 콜로라도주에서 발생한 마셜 화재는 주(州)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산불이었지만, 주택 건설회사 운영이사인 마크 아타드(Mark Attard)의 패시브 하우스는 이웃 주택들이 전소되는 상황에서도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아타드는 "화재 직후 집에 들어갔는데 연기 냄새조차 나지 않았다"며 "영하의 기온에도 난방 없이 실내가 쾌적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효율 주택 건설에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미니애폴리스 소재 풋프린트 디벨롭먼트(Footprint Development)의 코디 피셔(Cody Fischer) 사장은 "초고효율 다가구 주택을 짓는 데 일반 건축보다 재료비와 인건비가 약 7.5% 더 소요된다"고 밝혔다.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둔 레녹스 인터내셔널(Lennox International)의 프라카시 베다푸디(Prakash Bedapudi) 최고기술책임자는 "히트펌프는 실외의 열을 실내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해 기존 난방 시스템보다 최대 3배 높은 효율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레녹스는 2025년 12월까지 극한 추위에서도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새로운 히트펌프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일부 건설사들은 더 나아가 극한의 자연재해에도 견딜 수 있는 초강도 주택을 개발하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주택건설 스타트업 온엑스 홈즈(Onx Homes)는 조립식 콘크리트 주택을 선보였다. 온엑스의 애쉬 바드와즈(Ash Bhardwaj) 최고경영자는 "당사의 주택은 시속 281킬로미터의 바람과 카테고리 5 허리케인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현재까지 플로리다 12개 지역에서 500채 이상의 주택을 건설했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