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 감소로 세계 최강 군대 유지 어렵다는 경고 나와

AP통신과 VOX에 따르면, 크리스틴 워무스 미 육군 장관은 지난달 17일 AP 통신 인터뷰에서 "2025 회계연도 말까지 6만1000명의 신병을 모집하고, 2026년 지연 입대 프로그램에 2만 명 이상을 추가 등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4년 5만5000명 모집에 이은 2년 연속 목표 달성이다.
이러한 성과에도 구조적 문제는 여전하다. VOX의 2024년 9월 1일 보도에 따르면, 현역 육군 병력은 44만5000명으로 2021년보다 4만1000명이 감소해 194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예비전력 충원이 더 심각하다. 2023년 육군 예비군은 1만4650명 목표에 9319명만 모집했고, 해군 예비군은 사병과 장교 목표의 각각 35%와 40%를 달성하지 못했다. 공군 주방위군과 예비군도 각각 30%씩 목표 미달이었다.
미 국방부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2022년 8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포트 잭슨에서 '미래 군인 준비 과정'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성과가 낮은 신입생에게 최대 90일간의 학업 또는 체력 교육을 제공하여 군사 기준을 충족하도록 돕는다. 워무스 장관은 "2024년 신병의 약 24%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충원됐으며, 2025년에는 이 비율이 3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군의 다양성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도 가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국방장관 후보인 피트 헤그세스는 지난달 1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군의 '깨어남(woke)' 정책이 모집 부진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군의 '깨어남(woke)' 정책이란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진보적 정책을 의미하며, 주로 인종, 성별, 성 정체성 등의 차별 해소와 포용적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다. 미국 군대에서 이러한 '깨어남' 정책은 여군의 전투 보직 허용, 성소수자 군 복무 허용,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 등을 포함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는 이러한 정책이 군의 전투력 약화와 신병 모집 부진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폐지하거나 수정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워무스 장관은 "2022년 설문조사에서 입대 기피 사유로 '깨어남'을 언급한 응답자는 5%에 불과했다"면서 "오히려 사망 위험(death risk), 가족과의 이별, 경력 단절 우려가 주된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동원 능력의 약화다.
VOX에 따르면, 육군의 개별준비예비군(IRR· Individual Ready Reserve)은 1973년 70만 명에서 2023년 7만6000명으로 급감했다. IRR은 전직 현역이나 선발된 예비군으로 구성되어 전시나 국가 비상사태 시 즉각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이다.
VOX는 "현재 IRR 규모로는 고강도 전쟁의 첫 전투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보충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우크라이나나 이스라엘처럼 전시에 대규모 예비군을 신속히 동원하는 능력이 약화됐음을 의미한다.
또 다른 구조적 문제는 군 복무 가정 편중 현상이다. VOX는 "최근 육군 입대자의 약 80%가 가족 중에 퇴역군인이 있으며, 약 30%는 현역 군인의 자녀"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전사 계급'의 고착화는 군에 대한 시민사회의 이해와 관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입대 가능 인구의 감소다.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17세에서 24세 사이 미국 청년 중 신체적, 정신적, 도덕적 기준을 충족해 면제 없이 입대 가능한 인원은 23%에 불과하다.
펜타곤 인력분석국의 2022년 여론조사는 더 우려스러운 결과를 보여준다. 16세에서 21세 사이 미국인 중 10% 미만만이 입대를 진지하게 고려한다고 답했다. 입대 동기도 급여, 대학 등록금 지원, 여행 기회, 의료 혜택, 직업 기술 습득 등 실리적 이유가 대부분이었고, 명예나 자부심을 꼽은 응답자는 24%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 추세가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VOX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사태가 보여주듯 첨단 무기에도 불구하고 현대전에서 충분한 병력 확보가 여전히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출생률 감소로 미국의 18세 인구는 2025년 940만 명을 정점으로 2029년까지 약 800만 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추가 출생률 하락까지 더해져 장기적 병력 충원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