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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 한자 기반 언어 모델 '폭스브레인' 공개...AI 제조 경쟁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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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 한자 기반 언어 모델 '폭스브레인' 공개...AI 제조 경쟁력 강화

4주 만에 개발한 번체자 모델, 수학·논리적 추론 탁월
본토 기업 간체자 모델 비해 '효율적·저렴한' 학습 방식
향후 오픈소스 전환, 120개 엔비디아 H100 GPU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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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 로고. 사진=로이터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 제조업체이자 애플의 주요 아이폰 공급업체인 폭스콘 테크놀로지 그룹이 제조 현장의 AI 활용을 가속하기 위해 중국어 번체자 기반 대규모 언어 모델(LLM) '폭스브레인(FoxBrain)'을 출시했다고 11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폭스콘은 성명을 통해 이번 모델이 단 4주 만에 "더 효율적이고 저렴한" 방식으로 개발되었으며, 대만의 AI 기술 발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특히 120개의 엔비디아 H100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활용한 학습 과정을 통해 폭스브레인이 수학적 계산과 논리적 추론 능력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 모델은 원래 폭스콘 내부 애플리케이션용으로 설계됐으나, 회사는 향후 제조 분야의 AI 적용을 확대하고 기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오픈소스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를 공개함으로써 외부 개발자들이 설계를 수정하거나 공유하고, 기능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혼하이 연구소(Hon Hai Research Institute)의 인공지능 연구 센터 소장인 리 융후이(Li Yung-Hui)는 "최근 몇 달간 추론 능력의 심화와 GPU의 효율적 활용이 AI 분야의 주류 개발 방향이 되었다"며 "폭스브레인 모델은 맹목적으로 컴퓨팅 성능을 늘리기보다 학습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매우 효율적인 전략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모델은 70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메타의 라마 3.1(Llama 3.1)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 폭스콘은 같은 아키텍처를 사용해 중국어 번체와 영어 데이터로 미세 조정한 또 다른 오픈소스 모델인 '라마-3-타이완-70B(Llama-3-Taiwan-70B)'가 중국어 번체 이해 벤치마크인 TMMLU+의 대부분 카테고리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중국 본토 기업들이 주로 간체자를 중심으로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과 차별화된 접근이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와 같은 기업들이 개발한 모델은 일반적으로 중국 본토에서 사용되는 간체자에 최적화되어 있다.

폭스콘의 이번 AI 모델 개발은 제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자체 기술 혁신 노력의 일환으로, 올해 초 딥시크가 오픈AI, 구글, 메타 등 대형 기술기업들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고성능 R1 추론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지난해 11월, 폭스콘은 제조 및 공급망 관리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이니셔티브는 엔비디아의 옴니버스(Omniverse) 플랫폼을 활용해 글로벌 공장 운영을 간소화하고, 복원력을 강화하며, 일관된 품질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문가들은 폭스콘의 이번 AI 모델 개발이 제조업 분야에서 AI 적용을 가속하는 중요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제조 현장의 복잡한 의사결정과 문제 해결에 특화된 AI 모델은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AI 기술의 제조업 적용은 단순 자동화를 넘어 공정 최적화, 품질 관리, 예측 유지보수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폭스콘과 같은 대형 제조업체의 AI 모델 개발은 이러한 흐름을 가속하고,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폭스브레인의 오픈소스 전환 계획은 대만 및 아시아 지역의 AI 생태계 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형 기업이 개발한 고성능 AI 모델이 오픈소스로 공개되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도 이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다.

글로벌 AI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폭스콘의 이번 행보는 제조 강국인 대만이 AI 기술 개발에서도 입지를 다지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어 번체자에 특화된 모델 개발은 대만 시장의 고유한 언어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접근법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