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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융시장,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신흥국 패턴'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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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융시장,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신흥국 패턴' 전락하나

국채 수익률 급변동·금 가격 사상 최고... 트럼프 관세정책 앞두고 S&P 500 9% 하락
2023년 12월 4일 미국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에서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로어 맨해튼에 있는 원 월드 트레이더 센터의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12월 4일 미국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에서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로어 맨해튼에 있는 원 월드 트레이더 센터의 모습. 사진=로이터
미국 금융시장이 높은 정책 불확실성과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선진국 시장보다 신흥국 시장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배런스(Barron's)는 지난달 31(현지시각) 미국이 신흥국처럼 거래되기 시작했다며 정치적 요인이 미국 경제 전반에 비정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 시장은 2일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로 불리는 상호관세 정책 시행을 앞두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의 톰 바킨 총재는 통화정책 결정자들의 신중한 새 전망을 설명하며 "안개 속에서 운전하는 방법은? 조심스럽고 천천히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치학자이자 지오퀀트(GeoQuant)의 설립자인 마크 로젠버그는 "미국이 기본적으로 점점 더 신흥시장처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높은 정책 불확실성, 법치에 대한 더 큰 의문, 국가가 재정 문제를 해결할 능력에 대한 우려, 기능 장애적인 정치 환경이 있다""이는 모두 남아프리카나 브라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 나올 법한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로젠버그의 회사 지오퀀트는 정치적 위험을 모델링하여 전 세계 국가들의 법적, 사회적 데이터를 계량화하는 업체로, 2022년 금융평가사 피치(Fitch)에 인수됐다.

◇ 신흥국 특징, 정치적 상황이 시장에 과도한 영향

로젠버그에 따르면 선진국과 신흥국 시장의 가장 큰 차이는 정치가 시장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다. 그는 "신흥시장에서는 선거가 훨씬 더 중요하다""기저에 있는 사회적 불안정과 제도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선거와 같은 정치적 경쟁이 선진시장에서는 결코 예상할 수 없는 매우 큰 정책 변화나 정치경제 게임 규칙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통상 선거 후 정책 변화가 있고, 불확실성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관세 시행일이 42일인 이유는 41일이 관세의 법적, 정책적 기반을 결정할 무역 보고서와 조사의 마감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배런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우절을 피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정치 환경에서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를 둘러싼 갈등까지 더해지며 정치적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전국에서 '테슬라 무력화' 시위가 발생했으며, 팸 본디 미국 법무장관은 지난달 18"테슬라 재산에 대한 폭력적 공격은 국내 테러에 다름 없다"고 경고했다. 테슬라의 시장 가치는 지난 120일 취임식 이후 5000억 달러(736조 원) 감소했다.

◇ 금융지표에 반영된 정치적 불안

PGIM 고정수익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그레고리 피터스는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보면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10bp(베이시스포인트) 이상의 움직임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극적인 금리 변동이 투자자와 중앙은행이 "정책 주도의 조현병"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4.8%에서 4.2% 근처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로젠버그는 "국채 수익률이 어디에 있는지 설명하고 싶다면, 핵심 거시경제 요인을 고려해도 그 요인들이 예측하는 것과 현재 우리가 있는 곳 사이에는 여전히 큰 격차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금 가격은 지난달 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로젠버그는 정책 혼란이 계속되는 한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표준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최근 몇 주간 관세로 인한 타격으로 최고 기록에서 9% 하락했다.

웰링턴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캠프 굿맨은 "채권 담당자 관점에서 신흥시장은 경제가 둔화될 때 정부 금리가 오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인 곳"이라며 "우리는 이제 선진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신흥시장 특성을 보인다는 이러한 우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번 사라진 신뢰를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현재까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미국 정부 부채를 보유하고자 하지만, 그들이 이를 재고하게 만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분석을 배런스는 내놓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