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뉴기니~사모아 3000마일 태평양 벨트에 5조원 투자... 군용기 수용 공항 12곳 포함

뉴스위크가 지난 14일(현지 시각) 독점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은 호주 북쪽 파푸아뉴기니부터 미국령 사모아 인근까지 약 3000마일에 걸쳐 50개 이상의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했다. 이들 지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전투 전략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곳으로, 향후 지역 분쟁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소(INDSR)의 도밍고 이콰이 양 부연구원은 "문제는 중국이 태평양에서 민군 물류 시스템을 완성할 것인가가 아니라 언제 완성할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질랜드 캔터베리 대학과 체코 프라하의 연구센터 '프로젝트 시놉시스'가 공동으로 발표한 '중국의 태평양 이중용도 인프라' 연구에서 양 연구원은 "중국의 BRI(일대일로 이니셔티브)는 단순한 인프라가 아니라 전략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 11개 태평양 도서국에 전략시설 확보…제재 대상 CCCC·화웨이 등 참여
조사 결과 총 35억5000만 달러(약 5조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들은 지역 태평양 섬 포럼 18개 회원국 중 11개국에 걸쳐 있다. 이 중에는 공항 건설 프로젝트가 26개 포함돼 있으며, 최소 12개 공항은 중국의 최대 군용 수송기인 Y-20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양 연구원은 설명했다.
해당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는 기업 중에는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교통건설(CCCC)과 화웨이 등이 포함돼 있다. CCCC는 남중국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의 인공섬 기지 건설에 참여한 기업이다. 이외에도 중국철도공정공사(China Railway Engineering Corporation), 중국해외공정그룹(China Overseas Engineering Group), 중국토목공정건설공사(China Civil Engineering Construction Corp) 등이 주요 참여 기업으로 확인됐다.
특히 인구 1200만 명의 파푸아뉴기니에서는 21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미국 함선들이 이용하는 심해 항구 근처의 모모테 공항 등이 포함돼 있다. 양 연구원은 이를 통해 중국이 미국의 작전을 감시하고 방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DC 소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선임연구원 클레오 파스칼은 "호주와 뉴질랜드 같은 지역 강대국들이 중국의 이러한 활동에 거의 대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러한 무대응은 대만 위기 발생 시 심각한 전략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스칼 연구원은 "중국의 인프라 네트워크가 완성되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군사적 활동 공간이 크게 제한될 것"이라면서 "특히 현재 선박 수로는 중국 해군이 이미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2024년 중반부터 중국은 △하이난성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키리바시 경제수역에 낙하시키고 △뉴질랜드와 호주 사이 태즈먼해에서 실사격 훈련을 실시해 민간 항공기 우회를 강요하고 △인민해방군 함정을 호주 주변에 배치하는 등 태평양 국가들을 긴장시키는 일련의 행동을 보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주요 미국 해군기지가 있던 바누아투에서는 중국 국영 상하이건설그룹이 루간빌 항구의 부두를 약 360m(1200피트) 확장해 대형 화물선과 중국 군함이 정박할 수 있게 했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 국영 수출입은행에서 9700만 달러(약 1385억원)의 대출을 받아 진행됐다. 양 연구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에서 가장 큰 미국 해군기지 중 하나였던 루간빌의 전략적 과거를 감안할 때, 중국은 미래의 군사 거점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 대변인 류펑위는 뉴스위크에 보낸 이메일에서 "평화·협력·개방·포용이라는 아시아의 가치를 수호하고, 고품질 일대일로 협력을 주요 플랫폼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