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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제네릭 의약품 산업, 트럼프 관세 위협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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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제네릭 의약품 산업, 트럼프 관세 위협에 휘청

미국 의약품 수입 중 인도산 6.2% 차지, 가격 인상 불가피
글로벌 제약사들, 미국 내 생산 확대로 대응 나서
관세는 많은 미국인들이 고혈압과 같은 흔한 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을 인상할 것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관세는 많은 미국인들이 고혈압과 같은 흔한 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을 인상할 것이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를 검토하면서 글로벌 제약 산업이 주요 공급망 중단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인도와 이스라엘 등 제네릭 의약품 생산국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16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2468억 달러의 의약, 치과 및 의약품을 수입했다. 이는 승용차 수입을 넘어서는 규모로, 미국 전체 상품 수입량의 7.6%를 차지한다.

ING에 따르면, 2023년 미국 의약품 수입의 5분의 1은 아일랜드에서 나왔고, 독일(10.7%), 스위스(8.5%), 인도(6.2%), 일본(3.7%)이 뒤를 이었다. 미국의 관세 부과 결정은 미국 전체 처방약의 약 90%를 차지하는 제네릭 의약품에 특히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루핀(Lupin)과 같은 주요 제네릭 제약사들의 본거지로, 2023 회계연도에 미국에 81억 달러의 의약품을 수출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18% 증가한 수치다. 인도 정부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연말까지 서명하기로 합의한 무역 협정을 포함해 미국 관세에 대한 포괄적인 대응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관세를 통해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도록 독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제약 연구 및 제조업체 무역 협회(PhRMA)에 따르면, 새로운 공장을 짓고 필요한 승인을 받는 데 최대 20억 달러의 비용과 5~10년이 소요될 수 있다. 이는 소규모 이윤으로 운영되는 제네릭 제약사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제네릭 의약품은 고혈압이나 콜레스테롤과 같은 일반적인 질환 치료에 널리 사용된다. 브루킹스 연구소 보건정책센터의 마르타 워신스카 선임연구원은 관세가 제네릭 제약사들의 이익을 더욱 압박해 생산 감축과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네릭 가격 상승은 미국 환자와 보험사의 비용 증가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ING는 의약품에 대한 25%의 관세가 일반적인 심장 질환 치료제 가격을 알약 당 82센트에서 94센트로 인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네릭 암 치료제의 24주 치료 비용은 8000달러에서 1만 달러로 급등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제약회사들도 관세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엘과 노바티스를 회원으로 둔 유럽제약산업협회연맹(EFPIA)은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에게 산업계의 미국 '엑소더스(대규모 이탈)' 위험을 경고했다.

아일랜드는 풍부한 전문인력과 유럽 내 최저 법인세율 덕분에 제약산업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유럽 업체들 외에도 화이자, 일라이 릴리 같은 미국 제약사들과 다케다, 아스텔라스 같은 일본 기업들이 이 국가에 생산 허브를 두고 있다.

일부 유럽 업체들은 관세 불확실성 속에서 미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향후 5년간 미국에 23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 공급망과 핵심 기술 플랫폼을 미국에 완전히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바스 나라시만 CEO는 밝혔다.

미국 제약사들도 국내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 2월 미국에 4개의 새로운 제조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27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으며, 존슨앤존슨은 4년간 미국에 5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병원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여전히 활성 제약 성분의 30%를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어, 이러한 물질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생산 허브를 운영하는 제약사들도 타격을 입게 된다.

일본 제약업계도 관세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일본 재무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은 4114억 엔(약 28억7000만 달러) 상당의 의약품을 미국에 수출했다. 다케다는 매출의 50% 이상을, 아스텔라스는 41%, 다이이치 산쿄와 에이사이는 각각 31%를 미국에서 올리고 있다.

다이이치 산쿄는 미국, 일본, 독일에서 엔허투 암 치료제를 생산하며, 2027 회계연도까지 오하이오 시설에 3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생산 및 연구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노무라 증권의 마쓰바라 히로유키 애널리스트는 "일본 제약사들이 미국 내 생산 시설 위치를 크게 바꾸기는 어렵지만, 기존 시설에서 생산되는 제품 비율을 늘리거나 위탁 제조에 의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