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상품 사들이기 열풍에 무역적자 사상 최대치 기록

경제분석국(BEA)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내놓은 자료를 보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1분기에 연 0.3% 줄었다. 지난해 4분기 2.4% 성장에서 크게 떨어진 수치다.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것보다 더 낮은 결과로, 세계 경제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번 경제 위축은 트럼프 대통령이 곧 매길 크고 많은 관세를 앞두고 미국 기업들이 해외 물건 구매를 서둘렀기 때문이다. BEA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수입은 연 41%나 늘었다.
특히 미국의 3월 물건 무역 적자는 사상 가장 높은 1620억 달러(약 230조, 9000억 원)에 이르렀다. 로스앤젤레스항 물동량은 지난달 30% 줄었으며, 이달에는 작년 같은 때보다 3분의 1 이상 줄 것으로 예상된다.
◇ 국내 소비·투자는 튼튼... "근본 경제는 여전히 강해"
그러나 모건스탠리 경제학자들은 "수입이 크게 늘었지만 GDP 계산에서 지출 쪽에 모두 반영되지 않아 경제가 약한 것처럼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GDP를 셀 때 전체 지출에서 수입을 빼기 때문에 일시적인 수입 증가가 전체 수치를 왜곡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경제 활동은 여전히 탄탄하다. BEA 자료를 보면 1분기 소비자 지출과 민간 고정 투자 합계는 3% 늘어 지난 분기 2.9%보다 오히려 높았다.
BEA는 "민간 재고 투자가 늘었다"고 강조했다. 재고 투자 증가가 없었다면 GDP는 연 2.5%까지 줄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KPMG US 수석 경제학자 다이앤 스웡크는 "GDP 수치가 관세 때문에 왜곡됐다"면서 "다음 분기에는 수입이 줄어 이 영향이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관세가 국내 수요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다음 분기에도 GDP가 더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넬대학교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내수가 강한 것을 보면 큰 관세로 경제가 흔들리기 전까지는 부드럽게 안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 수치는 관세와 아무 관련 없다"며 "나는 1월 20일에 취임했다. 경제가 좋아지면 달라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주 올해 미국 경제가 1.8%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이는 지난 1월 전망치 2.7%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민간 예측기관 일부는 올해 미국 경제가 전혀 성장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자료 발표 뒤에도 올해 4번 정도 금리를 낮출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자료 발표 뒤 0.01%포인트 올라 3.66%를 나타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