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게이트' 715조 투입… 반도체·데이터센터 직접 구축
투자회사서 사업체로 전환 가속… 거액 투자 속 위험 요인도 상존
투자회사서 사업체로 전환 가속… 거액 투자 속 위험 요인도 상존

◇ '초지능' 향한 야심… 70조엔 '스타게이트' 시동
손 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AI 기반 시설(인프라) 계획 '스타게이트'를 발표하며 야심 있는 계획의 시작을 알렸다. 이 계획은 4년간 5000억 달러(약 715조 원)를 미국에 투자해 전역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필요한 전력까지 자체 발전 시설로 충당한다는 구상이다.
이어 2월에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손잡고 기업용 AI 서비스 '크리스털 인텔리전스'를 위한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기업 내 방대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맞춤형 두뇌 역할을 제공하며, 일본 시장을 시작으로 세계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4월 30일 백악관 행사에서도 "AI는 모든 산업과 인류의 생활 방식을 변혁할 것"이라며 "혁신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이 AI에 집중하는 모습은 지난해 6월 주주총회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당시 그는 "복잡한 연립방정식이 풀렸다. 손정의가 태어난 까닭은 ASI를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며 AI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반년 만에 스타게이트, 오픈AI 협력 등 구체적인 계획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 AI 전략 핵심 '암(Arm)'... 반도체 M&A 가속
손 회장이 구상하는 AI 기업으로의 전환 중심에는 지난 2016년 3조 3000억 엔(약 32조 7993억 원)에 사들인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암(Arm)이 있다. 저전력 설계에 강점을 가진 암은 SBG가 지분 약 90%를 보유하며 AI 반도체 전략의 핵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2022년 11월 "다음 암의 폭발적 성장에 몰두할 것"이라고 선언했으며, 이후 AI 두뇌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섰다. 지난해 7월 AI 연산용 반도체 기업 영국 그래프코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고, 지난 3월에는 암 설계를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용 CPU(중앙처리장치)를 만드는 미국 암페어 컴퓨팅을 65억 달러(약 9조 ,982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SBG가 이처럼 M&A에 나서는 것은 AI 기반 시설 구축에 필수적인 첨단 반도체 기술을 직접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SBG의 특정 반도체 기업 인수는 설계 자산을 제공하는 암의 기존 고객사들과 경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위험 요소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손 회장은 "경쟁에서 이기려면 망설임 없이 올인(all-in, 전력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엔비디아 같은 이름난 반도체 대기업과의 경쟁도 마다하지 않고 기술 확보에 나서겠다는 태도여서, 앞으로 반도체 시장의 지각 변동 가능성도 나온다.
SBG는 스타게이트 계획으로 데이터센터가 확충되면 첨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크리스털 인텔리전스 도입이 늘면 최신 AI 칩 개발도 활발해지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물밑에서는 반도체 자체 개발·제조와 AI 로봇 사업 등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확 바뀐 자산 구성… SVF는 '미래 황금알' 발굴
투자 회사에서 실질 사업체로 방향을 틀면서 SBG의 자산 구성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 인터넷·통신 중심이던 지난 2019년 말에는 보유 자산(약 29조 5000억 엔)의 54%가 중국 알리바바 그룹 주식이었고, 통신 사업 비중이 약 20%, 암 주식은 10%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가치는 38조 7000억 엔(약 384조 201억 원)으로 늘었으며, 이 가운데 암의 비중이 40%까지 치솟았다. 'AI 군(群) 전략'을 실행하는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SVF)의 자산 비중 역시 11%에서 28%로 껑충 뛰었다.
SVF는 2024년 말까지 모두 498개 회사에 투자해 54개 회사의 IPO(기업공개)를 이뤘다. 쿠팡, 도어대시처럼 기업 가치가 여러 배 뛴 성공 사례도 있지만, 위워크 파산 같은 실패로 누적 투자 손실은 16억 3400만 달러(약 2조 3376억 원, 2024년 12월 말 기준)에 이른다.
최근에는 핵융합 발전(헬리온 에너지), 양자컴퓨터(큐에라 컴퓨팅) 같은 미래 기술에도 투자하며 '제2의 암'이 될 '황금알' 발굴을 계속하고 있다.
◇ 40년 야망의 종착지는 AI... 성공 여부 주목
1981년 일본 소프트뱅크 설립으로 시작한 손 회장의 야망은 인터넷(90년대), 통신(2000년대) 시대를 거쳐 AI로 모이는 모양새다. 2016년 암 인수를 'AI 초석'이라 평가하고 이듬해 10조 엔(약 99조 2300억 원) 규모의 SVF를 출범시켜 세계적인 테크 투자자로 떠오른 그는 이제 AI 기업으로 완전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화한 초지능 구상은 스타게이트의 5000억 달러(약 715조 원) 투자처럼 SBG 역사상 전례 없는 규모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은 거대 자금 조달 계획에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스로 '허풍쟁이'라 일컫는 손 회장이 그리는 장대한 ASI의 미래. 마침내 그 '문'이 열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