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화학단지 들어서면 환경 파괴" 농민·환경단체 등 3천여 명 농지 보전 집회, 하루 물 사용량 250만 리터 논란

스페인 현지 매체 '디아리 데 타라고나'는 지난 3일(현지시각) 현지 주민 약 3천 명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공장 건설 예정지인 몬로이그 델 캄프 지역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트랙터 10여 대를 앞세운 행진 후 공장 건설 예정 부지에 건조지대 식물을 심었다. 이들은 이 땅이 "위험한 화학단지로 변할 수 있다"며 황폐한 땅을 되살리는 상징적 행동을 펼쳤다.
'레볼테스 데 라 테라' 단체가 주도한 이번 시위에 농민연합을 비롯한 여러 환경단체들이 참여했다. 농민연합의 톤 크루셀스 대표는 "타라고나 캄프 지역에서는 농지가 공업단지로 바뀌는 것 말고 다른 생계 방식이 없는 듯하다"며 반대했다.
특히 시위대는 롯데 공장이 하루 250만 리터의 물을 쓸 수 있는 허가를 받았지만, 현지 농민들은 3년 동안 농사용 물 사용이 막혔다며 불평등을 지적했다. 농민 시위단체 '레볼타 파제사'의 라몬 로호는 "이 공장은 농지를 침범하고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준다"며 "우리는 3년간 물을 못 쓰는데 이 기업은 하루에 250만 리터의 물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비판했다.
레볼테스 데 라 테라의 대변인 마르타 로이그는 "녹색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대형 다국적 기업의 사업을 강요하지만, 이는 실제 필요나 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또한 "타라고나 캄프 지역은 역사적으로 위험한 화학 산업으로 암이나 폭발 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희생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단체 '살벰 몬로이그'의 헵 보룰은 "몬로이그에서는 캄프 지역에 또 다른 화학 공장과 그에 따른 모든 위험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 저장 장치용 초박형 구리박(Elecfoil) 생산 전문 기업으로, 몬로이그 델 캄프의 엘스 코메야레츠 산업단지에 유럽 첫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초기 투자는 4억 유로(약 6337억 원)로, 해마다 3만 톤 생산능력과 200개 일자리 창출을 예상한다. 최종으로는 3개 공장으로 늘려 총 12억 유로(약 1조 9000억 원)를 투자하고 최소 600개 일자리를 만든다는 목표다.
이 사업은 당초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했으나, 행정 절차 지연으로 2027년으로 미뤄졌다. 현재는 산업 사업에 맞게 땅을 조정하는 도시계획 변경이 진행 중이다.
현지 주민과 단체들은 환경 영향, 물 사용량, 허가 과정의 투명성 부족을 우려하며, 특히 해당 지역에 25미터 높이 건물을 짓도록 하는 도시계획 변경에 반대한다. 반면 지역 당국과 카탈루냐 정부는 롯데의 사업을 지역 산업 부활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요 사업으로 평가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