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총선은 로런스 웡 총리가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로 PAP는 전체 97석 가운데 87석을 확보하며 66년째 집권 체제를 이어갔다.
싱가포르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PAP는 82석을 확보한 데 이어 사전 무투표로 확정된 5석까지 포함해 총 87석을 차지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지난 총선과 같은 10석을 유지했으며 다른 군소 야당들은 추가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이번 선거에서 PAP는 전체 유효투표의 65.6%를 얻어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기록한 61%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이는 웡 총리가 제시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강한 리더십’ 메시지가 유권자들에게 통했다는 평가다.
웡 총리는 "이번 총선 결과로 싱가포르가 더욱 불안정한 세계를 헤쳐 나가는 데 더 나은 위치에 서게 됐다"며 "국민들의 기대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강한 팀으로 앞으로의 도전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52세인 웡 총리는 미국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재무부 장관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5월 리셴룽 전 총리의 후임으로 총리에 올랐다. 리셴룽은 건국 지도자 리콴유 전 총리의 아들로 지난 20년간 총리를 지낸 뒤 현재는 고문직을 맡고 있다.
미국 정부도 이번 선거 결과를 즉각 환영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미국과 싱가포르는 60년 가까이 안보와 번영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해 왔다"며 "경제 성장과 양국 간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웡 총리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관리대학(SMU)의 유진 탄 법학 교수는 "2020년 총선에 비해 야권이 추가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은 의외"라며 "유권자들은 조용히 신중한 선택을 했고 그 결과는 다년간 실적을 보여준 정당에 대한 신뢰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 정치 분석가는 여당의 승리가 단순히 기득권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글로벌 불안정성과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안정을 택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동남아시아 정치 전문가 브리짓 웰시는 "이것은 '웡과 트럼프 효과'라고 부를 수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낳은 경기 불안이 웡 총리에 대한 신뢰를 강화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야권은 이번 선거에서도 고질적인 자금 부족, 조직 분산, 선거구 조정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프리탐 싱 노동당 대표는 "힘든 싸움이었지만 우리는 내일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며 균형 잡힌 의회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