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앞두고 제약품 등 수입 급증
기업들 관세 부과 전 제품 선제 확보에 나서
기업들 관세 부과 전 제품 선제 확보에 나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난 6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미국 무역 적자는 3월 1405억 달러(약 196조 원)로 한 달 전보다 14% 늘었다.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를 보면 수입 상품 가치는 3468억 달러(약 484조 원)에 이르렀으며, 이는 올해 1월부터 시작된 급격한 증가세가 이어진 결과다.
특히 3월 소비재 수입 증가분 225억 달러(약 31조 원) 가운데 대부분이 제약 제품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품목이다. 컴퓨터 주변기기, 자동차, 자동차 부품과 엔진 수입도 늘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소속 브래들리 손더스 경제학자는 "이번 기록은 관세 전 선제 구매 때문일 뿐"이라며 "4월에는 무역 적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러한 수입 급증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모든 수입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고, 중국과 무역 갈등도 심화시켰다. 중국에서 오는 화물 선적은 크게 줄었으며, 중국 상품에 매기는 추가 관세는 지금 145%에 이른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에 90일 유예기간을 줬기 때문에 기업들이 4월에도 선제 구매를 계속했을 것으로 본다. 또한, 제약품에 집중된 수입 증가는 장난감부터 옷까지 다른 제품 구매가 상대적으로 적었음을 뜻한다.
인플레이션 인사이츠 자문회사 오마이르 샤리프 경제학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나라들과 무역 협상을 마무리하는 동안 기업들은 재고를 점차 써갈 것"이라며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매장 진열대가 예상보다 빨리 비어갈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3월 미국 상품 무역 적자는 사상 최대인 1635억 달러(약 228조 원)를 기록했으나, 여행, 운송, 금융 서비스 등을 포함한 서비스 무역에서는 230억 달러(약 32조 원)의 흑자를 냈다. 3월 미국 서비스 수출액은 약 950억 달러(약 132조 원)에 이르렀다.
이번 3월 보고서는 미국이 1분기에 1조 달러(약 1396조 원)의 상품을 수입한 분기를 마감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960억 달러(약 1111조 원)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반면 미국 상품 수출은 1분기에 5390억 달러(약 752조 원)로 조금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런 불균형으로 1분기 상품 무역 적자는 4660억 달러(약 651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2790억 달러(약 389조 원)보다 훨씬 커졌다.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1분기 동안 미국은 스위스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0억 달러(약 71조 원) 더 많은 상품을 수입했으며, 대부분 금이었다. 스위스 정제소에서 다시 주조되는 이 귀금속은 위험이 클 때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
한편 1분기 미국 수입 급증은 아일랜드, 멕시코, 대만, 베트남에서도 나타났다. 4월 무역 자료는 6월 초에 나올 예정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